과학과건강

CAR-T 면역세포치료제와 고형암

Whatever 2024. 10. 1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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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접하는 소재가 아닌 만큼 본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CAR-T세포(흔히 CAR-T)와 관련한 사전지식을 짤막하게 소개하고 본 내용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CAR-T는 일부 혈액암 치료에  한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면역세포치료제인데요. CAR-T 면역세포치료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재료이자 기본이 되는 T 세포 (T cell)와 키메릭항원수용체 (chimeric antigen receptor, CAR)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대략적으로 각각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계된 생명공학 기술 CAR-T가 혈액암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는 정도의 흐름을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아가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T 세포 (T cell)

T 세포는 우리 몸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로 면역기능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T 세포 중에서도 CD8 T 세포는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병원체, 종양, 외부 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CD8 T 세포를 세포독성 림프구(cytotoxic lymphocyte)라고 부릅니다.

그림 1. 바이러스에 감염된 표적세포를 죽이는 T 세포.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가 MHCI을 통해서 바이러스의 펩타이드를 제시하고 이를 인식한 CD8 T 세포가 활성화되어 표적세포를 죽인다. (BRIC, 논문으로 배우는 면역학)


CD8 T 세포가 병원체 등을 공격해야 할 표적(대상)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T 세포 수용체 (T cell receptor, TCR)에 표적이 되는 단백질의 펩타이드를 인식해야 합니다. 이때 표적 세포의 주조직적합성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를 통해 제시된 병원체의 펩타이드를 T 세포 수용체가 인식하면 T 세포 수용체를 통해 T 세포는 활성화되고 표적이 되는 병원체를 죽입니다 (그림 1). CD8 T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하기도 하는데요. CD8 T 세포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암미세환경 (tumor microenvironment)에서는 물리적인 한계로 표적세포에 닿지 못하거나 탈진(exostion)하여 살상기능을 상실하기도 합니다.

 

 

 

키메릭항원수용체 (Chimeric antigen receptor, CAR)

다음으로 CAR-T 면역세포치료제 전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키메릭항원수용체(CAR)입니다. 환자의 혈액에서 T 세포를 뽑은 후 유전자 조작을 통해 결합되는(chimeric) 항원(antigen) 수용체(receptor)를 말하는데요. 유전자 변형으로 표적 세포를 인식하게 하고 T 세포가 발현하게 만든 인공수용체로 본래 우리 몸에는 존재하지 않는 구조의 수용체입니다. 

CAR의 분자 구조를 살펴보면, 세포내도메인은 (intracellular domain), 교차막도메인(transmembrane domain), 그리고 세포외도메인 (extracellular domain)의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세포내도메인은 T 세포 활성화에 필요한 CD3와 41BB의 신호전달에 필요한 서열을 가지고 있고, 교차막도메인은 CAR를 세포막에 고정하고 발현의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포외도메인은 표적 단백질을 주조직적합성복합체(MHC)의 도움 없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항체의 끝 부분 서열을 응용해 만든 단일사슬항체조각 (short chain fragment variable, scFv)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 2).



그림 2. 키메릭 항원 수용체 구조 (Joseph E. Maakaron et al., BMJ, 2022)

 

그림 3. 포내도메인의 기술적 진화 과정 (cyagen.com)

 

 

 

CAR-T 세포 (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이렇게 함으로써 CAR를 발현하는 T 세포 (CAR-T 세포)가 CAR의 단일클론항체조각(scFv)에 특이적인 항원을 만나게 될 때 CAR는 항체가 항원을 인식하듯이 항원에 결합하게 됩니다 (그림 3). 결국 CAR-T 면역세포치료의 핵심 이론은 T 세포의 표적이 되는 세포를 찾아 죽이도록 하는 장치가 CAR-T라는 것이고, 이는 CAR를 환자의 T 세포에 심고 다시 환자 몸에 넣어줌으로써 CAR-T 세포에 의해 암세포 같은 표적세포를 죽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림프종 환자에서는 암세포를 공격해 죽이는 특공대 역할을 해야 할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T림프구가 제구실을 하지 못해 지속적으로 병이 진행하게 됩니다. CAR-T 세포란 공격해야 할 암세포랑 친구가 되어버린 T 세포를 몸 밖으로 끄집어내서 본래 암세포를 공격하던 성질을 되찾게 해주는 만든 것입니다 (그림 3). 인공적인 조작으로 암세포를 재빨리 인식하고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게 용병으로 바꿔주는 것이죠. 그림 3을 보면 이해하기 쉬운데요. T 세포에 정확도 높게 표적세포(그림에서는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CAR라는 창을 꽂아준 준 것이 CAR-T라는 용병이라는 것입니다.

 

그림 4. 암세포에 발현하는 항원을 인식한 CAR-T. 활성화 된 CAR-T 세포가 암세포를 죽인다. (BRIC, 논문으로 배우는 면역학)



종합해 보면 CAR-T 면역세포치료제란? 환자에게서 T 세포를 일부 추출하여 유전적으로 변형시켜 T 세포가 새로운 수용체 CAR를 발현할 수 있도록 코딩해서 강한 표적기능과 공격기능을 부여하는데, 이 결합은 T 세포를 강력하게 활성화시켜 표적 세포를 빠르게 인식하고 파괴하는 내부 신호의 생성을 촉발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유전자 변형된 T 세포, 즉 CAR라는 무기를 장착한 T 세포를 연구실에서 증식시킨 다음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여 진행하는 치료를 CAR-T 면역세포치료라고 합니다. 

 

 

CAR-T 면역치료제 한계

일부 혈액암에서 CAR-T 면역세포치료제는 이론적으로도 뛰어나고 획기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지만 암의 90%를 차지하는 고형암에서는 종양미세환경과 면역억제환경 등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 4). 많은 연구자들이 고형암에서 CAR-T의 치료 효과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중에 한 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림 5. CAR-T 면역세포치료제의 효능을 억제하는 암미세환경 (Lionel A. Kankeu Fonkoua et al., 2022)

 

 

최근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융합의과학에 한 연구팀이 CAR-T의 항암 면역반응에서 활성산소(ROS)에 반응하는 Nrf2(황산화인자)의 역할을 규명하고 고형암에도 적용할 수 있는 치료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활성산소에 반응하여 항산화기능을 활성화하는 Nrf2 전사인자가 CAR-T의 암세포 공격 기능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Nrf2 전사인자를 억제함으로써 항암 면역세포의 활성이 유지되고 고형암에서도 항암 효과가 크게 향상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에서 CAR-T의 항암 작용을 방해하는 요소 중 대표적인 것이 활성산소입니다. 활성산소는 세포의 대사과정에서 생성되는 산소 분자로 적정한 수준에서는 세포신호전달과 면역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과도하게 생성되면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촉진하고 면역세포의 활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활성산소와 반응하여 항산화 기능을 활성화하는 Nrf2 전사인자가 오히려 CAR-T의 활성을 저해하여 암세포를 살상하는 기능이 약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반대로 Nrf2가 억제되면 고형암의 종양미세환경 내에서 CD8 T 세포의 활성이 유지되고 CAR-T의 활성이 유지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Nrf2 발현을 억제한 CAR-T의 활성 유지는 CAR-T의 항암 기능을 고형암에서 향상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림 6. ROS에 반응하는 Nfr2 전사인자의 발현변화에 따른 CAR-T 세포 활성 변화 (Yuna Jo et al., 2024)

 

CAR-T는 탁월한 치료 효과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암의 90%를 차지하는 고형암에서 치료 효과에 한계가 있고, 표적 항원 손실로 인한 내성 발생, 사이토카인 증후군, 면역세포 관련한 신경독성 등의 부작용 등 아직까지는 폭넓게 암 치료에 사용되기에는 치료적 한계와 기술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화학항암제 부터해서 지금의 다양한 생명공학 기술의 집합체인 CAR-T 면역세포치료제까지 항암제는 진화를 거듭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암을 치료하는 환경에는 여전히 많은 숙제들이 남아있습니다. 사소한 발견이라 할지라도 결과가 축적되고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큰 과학적 진보를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레퍼런스

- 박은총, 논문으로 배우는 면역학, CAR-T & T cell engager
- Yuna Jo et al., Targeting ROS-sensing Nrf2 potentiates anti-tumor immunity of intratumoral CD8+ T and CAR-T cells, Mol. The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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