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전환시키는 기전 확인

백색지방과 갈색지방

지방(fat)은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장기입니다. 지방은 지방을 구성하는 세포 내 소기관 중에서 미토콘드리아의 비율에 따라서 백색지방(white fat)과 갈색지방(brown fat)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내용은 언젠가 한 번 쯤은 학교나 방송에서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되짚어 드리자면, 백색지방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고 갈색지방은 열을 발생시켜 체온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죠. 그래서 흔히 백색지방은 나쁜 지방, 갈색지방은 좋은 지방이라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갈색지방은 미토콘드리아로 채워져 있기때문에 갈색을 띠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목, 쇄골, 가슴 주위에 소량 존재합니다. 또한, 갈색지방 속 미토콘드리아는 영양소와 산소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소모하고 체온을 조절하는 데 사용합니다. 다시 말하면, 갈색지방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백색지방과는 반대로 몸에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그림 1. 색깔에 따른 지방세포 분류 (mdvip.com)

 

 

갈색지방

우리는 많은 양의 갈색지방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한 신생아는 갈색지방의 에너지 발산 형식인 비떨림열발생(nonshivering thermogenesis)라는 작용으로 체온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성인이 되면 몸을 떨어(shivering) 근육 수축으로 열을 발생시켜서 체온을 조절하기 때문에 갈색지방의 필요성이 줄어들게 되어 자연적으로 우리 몸에서 갈색지방의 양이 감소하게 됩니다. 또한, 성인은 섭취한 칼로리를 당장 사용하기보다는 가까운 미래에 사용할 것을 대비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쪽으로 대사가 이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갈색지방보다 백색지방을 더 많이 갖게 됩니다. 

그래서 신생아 때는 체중의 5%가 갈색지방이지만 성인이 되면 그 비율이 0.1%까지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사라진 갈색지방을 다시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남아도는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전환하면 갈색지방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베이지지방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베이지지방

평상시에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장기로서 백색지방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가 어떤 특정한 조건에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발산하는 갈색지방 형태로 변형하는 베이지지방(beige fat)이 존재합니다. 베이지지방은 백색지방과 갈색지방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칼로리를 연소하지만 덩어리를 형성하는 갈색지방과 다르게 백색지방 사이에 축적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게다가 다이어트나 추운 환경에서 백색지방이 베이지지방으로 바뀌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 저온 자극, 실내 온도를 20도 정도로 낮추면 우리 몸이 체온을 올리기 위해 백색지방을 베이지지방으로 전환
• 간헐적 단식, 공복 6~18시간이 지나면 지방세포에 새로운 혈관을 만드는 인자의 증가로 백색지방이 갈색지방화 촉진
• 고강도 운동, 근육에서 갈색지방을 활성화하는 이리신 등 호르몬과 단백질 발현 증가로 갈색지방 활성화

베이지지방의 존재가 밝혀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 비만 치료의 새로운 표적 장기로 많은 관심을 받으며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백색지방을 베이지지방으로 바꿔주는 방법을 찾으면 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비만치료제가 개발되는 것이지만 아직까지는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이나 베이지지방으로 바꾸는 약물개발은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Mika Ruusunen / Unsplash

 

 

백색지방에서 베이지지방으로 전환 기전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브라이언 펠트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비만을 유발하는 백색지방세포(white fat cell)를  가지고 진행한 세포실험에서 칼로리를 연소하는 베이지지방세포(beige fat cell)로 바꾸는 방법을 찾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백색지방에서 베이지지방으로 전환하는 세포 내 스위치는 바로 KLF-15라는 단백질이라 밝혔습니다.

신진대사와 지방세포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KLF-15 단백질이 새로운 비만 치료제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연구팀은 또한 KLF-15가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는데 관여하는 Adrb1의 수용체 양을 직접적으로 조절한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KLF-15가 결핍된 백색지방세포를 가진 마우스를 만들었는데 마우스의 체내에 백색지방이 베이지지방으로 전환되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에서 밝혀진 것이기 때문에 임상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는 모릅니다. 다만, 백색지방이 베이지지방으로 전환하는 백색지방의 가소성과 이에 관련된 여러 세포신호전달경로를 확장했다는데 의의가 있고, 이와 관련해서 비만치료제를 개발한다면 다른 비만 치료제의 약물 기전보다 보다 더 직접적이고 관련성이 높기 때문에 효과적인 비만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림 2. KLF-15가 Adrb1의 전사인자로 작용해서 ADRB1 수용체 양을 직접적으로 조절 (Brian Feldman, 2024)

 

 

레퍼런스

- Brian Feldman et al., White adipocytes in subcutaneous fat depots requre KLF15 for maintenance in preclinical models, J. Clinic. Invet.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