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건강

암세포 전이와 재발을 돕는 유전자 발견

Whatever 2024. 11. 1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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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 한 연구팀이 암세포가 산소량이 부족한 종양 영역을 벗어나 혈류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 16개의 유전자를 발견했습니다. 해당 연구팀은 이 유전자들은 암 전이와 재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새로운 암 치료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해당 유전자들 중 하나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저산소증과 종양의 연관성과 암 전이와 재발에 관한 연구는 기존에 다양하게 연구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가 의미를 갖는 것은 전통적인 연구와 실험방법이 아닌 전사체학(transcriptomics) 기술을 활용하여 보다 더 가시적으로 저산소증과 종양의 연관성을 연구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본 연구 내용을 간략하게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그림 1. Hypoxia induces ROS-resistant memory upon reoxygenatioin in vivo promoting metastasis in part via MUC1-C 초록 (출처 Nature communications)

 

 

 

저산소 환경과 암세포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키멀암센터의 대니얼 길크스(Daniele M. Gilkes) 교수팀은 이달 6일 과학 저널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이 같은 연구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암컷 생쥐 모델을 사용해서 원발성 종양세포와 혈류 또는 폐로 들어간 종양세포를 비교했고, 이 과정에서 암세포는 저산소 영역을 벗어나 혈류에서 생존하기 위해 16개의 유전자를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빠르게 분열하는 암세포가 모여 있는 종양의 깊은 영역은 산소가 부족한 상태(hypoxia, 저산소증)에 놓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생존한 암세포는 산소가 풍부한 혈류를 따라서 서서히 이동하며 암의 전이와 재발을 유발합니다. 저산소 상태는 고형암의 90%에서 발생하며 암의 전이와 사망률에 밀접한 연관성 때문에 오래전부터 연구되고 있습니다.

저산소증은 대부분의 악성 종양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암세포와 종양미세환경 모두에 영향을 미치며 암의 진행과 확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산소증은 종양의 신생혈관 형성, 대사, 세포 생존, 그리고 세포 사멸을 조절하고, 또한 상피-간엽 전이(EMT)와 유사한 암세포의 이동, 암 치료에 대한 저항성, 그리고 암줄기세포 유사성에도 기여합니다. 따라서 저산소증은 종양의 진행과 공격성을 증가시켜 환자의 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연구에 따르면, 종양 내에서 저산소 상태를 경험한 유방암세포는 동물 모델에서 폐 전이가 발생할 확률이 무려 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림 2. 종양 저산소증과 종양환경에 미치는 영향 (Barbara Muz et al., 2015)



 

저산소 환경에서 벗어난 암세포 

길크스 교수는 산소 농도가 낮은 환경에서 살아남은 암세포일수록 혈류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종양 내 산소 수치가 낮을수록 암 예후가 나빠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길크스 교수 연구팀은 암 모델 생쥐의 종양에 있는 암세포에 녹색 형광 표지를 하고 위치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변하는 것을 측정하는 공간 전사체학(transcriptomics) 기술을 적용하여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암세포가 저산소 상태에 있을 때와 산소가 풍부한 영역(post-hypoxia)으로 이동할 때 활성화되는 유전자를 확인했습니다. 생쥐의 원발성 종양에 있는 세포와 혈류나 폐로 들어간 종양에 있는 세포를 비교한 결과, 저산소 상태에서 활성화되는 유전자 16개는 암세포가 초기 종양에서 벗어난 후에도 오랫동안 계속 발현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존 연구에서는 종양의 저산소 환경에서 발현이 증가하고 여러 유전자의 전사를 상향 조절하여 종양세포가 저산소 상태와 영양 결핍 조건에 적응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HIF-1/2α의 수치가 재산소화(20% O2) 시 빠르게 기저 수준으로 되돌아 오는 것을 확인했었습니다. 따라서 저산소에 대한 반응으로 발생하는 전사적 변화는 가역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왔는데요. 이번 연구에서 생체 내에서 재산소 후에도 여전히 HIF-1/2 α 조절 유전자 산물이 발현되고 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또한 재발률이 높은 삼중음성유방암(triple negative breast cancer, TNBC)이 3년 안에 재발한 환자의 생체검사에서 저산소 암세포에서 많이 발현되는 MUC1 단백질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것이 삼중음성유방암의 재발 예측 인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MUC1 유전자 발현을 막는 화합물(GO-203)을 처리한 결과 저산소 암세포의 MUC1이 줄어들고 혈류나 활성산소가 있는 환경에서 생존하지 못했으며 암 모델 생쥐에서는 전이가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길크스 교수는 유방암, 난소암, 대장암 등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MUC1을 표적으로 한 1상/2상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암 유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레퍼런스

- Barbara Muz et al., The role of hypoxia in cancer progression, angiogenesis, metastasis, and resistance to therapy, Hypoxia (Auckl), 2015
-  Inês Godet et al., Hypoxia induces ROS-resistant memory upon reoxygenation in vivo promoting metastasis in part via MUC1-C, Nature Communication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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