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에 세균이 살고 있다?

전자레인지

전자레인지는 가정에서 꼭 필요한 가전제품 중에 하나로 거의 모든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용하기 편리하고 간편하다는 장점으로 가정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전자제품으로 일찍이 자리매김했죠. 요즘에는 음식을 데우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전자레인지 전용용기와 요리용기를 함께 사용하면 밥을 짓고 요리까지 할 수 있게 되어 사용이 더 늘었습니다. 

1인 가구에서부터 다인 가구 모두 사용 중인 만큼 사용 빈도가 높은데 혹시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면서 주기적으로 청소는 하고 있나요? 전자레인지를 돌리다가 음식물이 넘치거나 전자레인지 내부를 간단히 닦아내는 정도만 신경 쓰고 있지는 않나요? 오늘은 전자레인지 내부의 위생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출처 Unsplash

 

 

 

전자레인지 작동원리와 오해

전자레인지는 전자기파(전자파)의 하나의 영역인 마이크로파(micro wave)를 이용해서 음식을 데웁니다. 전자레인지 내부에는 마이크로파를 만드는 장치인 마그네트론이 있습니다. 높은 주파수의 진동을 만들어내는 장치인데 음극, 양극, 안테나, 자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그네트론에 전류가 흐르면 높은 주파수로 진동하는 마이크로파가 만들어져 회전 날개를 따라 분사합니다. 이때 마이크로파와 충동한 음식물에 물분자가 회전을 하면서 서로 마찰을 하게 되고, 마찰로 발생한 열로 음식물이 데워집니다. 

 

그림 1. 전자레인지 작동원리 (Imas Arumsari, J. Nutr. Sci. Vitaminol., 2020)

 

이러한 전자레인지의 작동 원리 때문에 많은 낭설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주로 전자레인지에서 발생하는 강한 전자파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파생된 가설들입니다. 예를 들어, 전자파 때문에 전자레인지로 조리한 음식은 영양소가 파괴되고 발암물질이 나온다라는 것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과거 전자레인지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에는 위와 관련한 연구가 활발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전자레인지 주파수 2.45 GHz, 약 10 cm 이상의 파장으로 가열하는 것은 영양소가 변화하거나 파괴되지 않고 조리하는 음식에 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전자레인지에 조리된 음식을 먹으면  암이 유발되고 면역시스템이 파괴된다는 이야기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단, 전자레인지 고장 등으로 누설 전자파 세기가 기준 인체 안전규정 이상으로 새어 나오게 되는 경우에는 전자레인지 내부를 너무 가깝게 가서 쳐다보면 수분이 많은 눈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전자레인지의 세균 제거 효과

그런데 반대로 전자레인지에 대해 알려진 사실이 확인해 봤더니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전자레인지의 원리는 앞서 언급한 것 처럼 물분자의 진동으로 열을 발생시키고 음식을 데웁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서 수세미, 수건 등을 살균할 때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편, 2022년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필름, 아크릴, 실리콘, 망사스펀지, 천연, 망사, 스펀지 등 8 가지 재질의 수세미에 세균을 인위적으로 주입하고 전자레인지에 2분 돌려서 균 제거율을 조사했었습니다. 그 결과, 전자레인지로 소독은 100% 확률로 균이 제거되었고 (표 1), 이를 바탕으로 전자레인지 소독법을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실험방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개별 용기에 실험체를 담아서 전자레인지를 돌렸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자레인지 살균 효과는 확실해 보입니다. 

 

표 1. 살균소독방법별 평균 세균 제거율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하지만, 최근 스페인 발렌시아대 마누엘 포르카 교수팀이 9일 과학 저널인 Frontiers in Microbi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가정용 전자레인지에서 내부에서 세균을 검출했다고 밝혔습니다 (표 2). 일반적으로 세균들은 특정 온도 이상이 되면 죽기 때문에 여름에 냄새나는 수건이나 옷을 물에 삶긱도 합니다. 그런데 연구에서 발견한 특정 세균 균주는 전자레인지가 작동하는 특이하고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아직까지는 어떻게 세균이 전자레인지에서 생존했는지, 생존한 세균이 음식물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상호작용하는지,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연구는 부족합니다. 하지만, 전자레인지가 위생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생각해 왔던 것처럼 안전하지는 않다는 경각심을 느낄 수 있는 연구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표 1. 가정용(domestic), 공용공간용(shared domestic), 실험실용(laboratory) 각각의 전자레인지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세균 (Alba Iglesias et al., 2024)

 

 

전자레인지 소독과 사용

위의 두 연구를 종합해보면, 전자레인지는 작동원리에 의해 음식을 데우고 동시에 세균도 죽습니다. 하지만, 전자레인지 내부에는 극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세균이 존재합니다. 특히, 클렙시엘라, 엔테로코쿠스, 에어로모나스 속 등은 가정용 전자레인지에서 발견된 세균인데, 건강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자레인지는 내부에 잔여물을 제거하고 정기적으로 소독하는 것이 좋고, 전자레인지를 이용할 때에는 전자레인지 전용 용기에 음식을 담아서 데웁니다. 

 

 

레퍼런스

- Alba Iglesias et al., The microwave bacteriome: biodiversity of domestic and laboratory microwave ovens, Front. Microbiol.,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