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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소비 양상 변화와 원유 가격

Whatever 2023. 2. 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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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우유급식으로 보는 우유소비

초등학교 때 학급마다 우유급식을 신청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학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제가 다녔던 학교는 우유를 보관할 냉장시설을 따로 갖추고 있지 않아서 학생들은 겨울철을 제외하고 항상 미지근한 우유를 마셔야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날씨가 더워지면 우유팩이 부풀기 일쑤였고 그런 우유는 비린 맛이 심해서 어떤 친구들은 마시지 않고 집에 가져가거나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안 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남은 우유를 처리하는 건 학급마다 꽤 큰 골칫거리였습니다. 요즘 학생들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전히 학생들이 우유를 마시려고 하지 않아 교육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고육지책으로 가공우유, 요구르트, 치즈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찌 되었건 우유 급식률(우유급식 신청 학생수/전체 학생수)을 보면 초··고교생 전체 평균이 50%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예전과 비슷한 비율의 학생이 우유급식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개학연기와 온라인수업 때문에 우유급식 공급이 중단되어 2020년에 우유 급식률이 급감했지만 그전까지 눈에 띄는 변화는 관찰되지 않습니다(그림 1). 그런데 학교우유급식 사업은 예전보다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우유급식 대상자 자체가 줄었고 이에 따라 우유 소비량이 점차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유의 영양학적 위상이 떨어지면서 우유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달라졌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우유를 대체하는 음료와 유제품 시장이 확대되면서 학교에서 소비되는 백색우유의 소비 물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표 1).

 

그림 1. 2012~2021년 동안 평균 우유 급식률과 우유급식 예산 변화 및 교육기관에서 우유 급식률 변화 (내가 마시는 우유의 나비효과, news.sbs.co.kr )

 

 

 

우유에 대한 인식 변화

학교우유급식사업은 성장기 학생들에게 필요한 영양소 공급과 낙농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낙농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이란, 우유를 마시는 습관을 조기에 형성시켜 우유를 소비하는 인구기반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학교우유급식 사업은 낙농산업에 꾸준히 수익을 가져다주는 안정적인 판매처인 것입니다. 물론 우유급식사업의 제1차 목표는 성장기 학생들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이 예전만큼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우유는 건강에 도움을 주는 완전식품으로 생각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일부 과학계에서 어쩌면 우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좋은 식품이 아닐 수 있다 혹은 더 나아가 몸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견해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유 속 성분이 염증을 일으키는 인자로 작용해 호르몬 의존성 암(유방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전립선암, 고환암), 알레르기, 아토피피부염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습니다. 또한, 우유의 높은 동물성 포화지방 함량과 콜레스테롤도 문제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우유 한 컵에 함유된 포화지방의 함량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하루 여러 번 섭취하는 우유의 소비 특성상 심장병,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백색우유 (unsplash)

한편, 우유는 칼슘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성장기 어린이의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우유는 칼슘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인(P)을 칼슘(Ca) 보다 1.2배 더 함유하고 있어 칼슘이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키성장이나 골다공증 예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이미 몇몇 연구에서는 유제품을 자주 먹는 사람들은 노년에 골다공증과 엉덩이 골절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젖을 떼면서 젖당의 소화효소인 락타아제(lactase)의 생산능력이 감소합니다. 그래서 우유를 마시는 사람들은 소화되지 않은 젖당이 대장에서 발효되면서 설사나 복통을 유발되는 유당불내증을 겪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인구의 75%가 유당불내증으로 발현되는 증상의 경중은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편함을 감내하며 우유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원유소비 양식 변화 

원유의 소비 양식 변화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원유(原 乳)와 우유(牛乳)를 구분해야 합니다. 원유란, 젖소에서 생산된 젖으로 가공되지 아니한 상태의 것을 의미합니다. 한편, 우유는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소의 젖을 의미합니다. 원유와 우유의 뜻이 의미상  같아 보이지만 산업적으로 보면 엄밀히 다릅니다. 왜냐하면 우유는 원유를 원료로 예열-균질-살균/멸균-냉각 과정의 가공을 거친 백색우유를 말하기 때문입니다(그림 2). 원유는 백색우유 외에도 유가공품인 가공유, 탈지분유, 액상요구르트, 버터, 연유, 치즈 등의 원료가 됩니다. 

 

그림 2. 원유에서 우유 및 유제품 생산 과정 (한국유가공협회)

 

다음 표는 2012년에서 2021년 동안 국내 원유 소비시장 현황과 원유를 원료로 생산한 제품의 소비량 변화를 나타낸 것입니다. 앞서 학교우유급식으로 보는 우유 소비에서 백색우유의 소비량이 출산율이 저조해지면서 감소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원유 소비량 총량과 개인 소비량 모두 증가했고, 우유 가공품인 발효유와 치즈 소비도 증가했습니다.

왜일까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서구화된 식생활 패턴이 늘면서 원유 소비량이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시유(백색우유, 가공우유) 소비는 감소했지만 서양에서 주로 즐겨 먹는 유가공품인 치즈, 크림, 버터, 분유 등의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이를 생산하기 위한 원유의 소비량이 증가한 것입니다. 

백색우유의 소비는 비록 줄었지만 원유 소비량이 늘었으니 낙농업에 긍정적인 변화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게 또 그렇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2012년 대비 2021년에 국내에서 생산한 원유의 자급률이 20% 감소하면서 국내에서 소비되는 원유의 50% 이상을 수입산 원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표 1. 국내 원유 소비시장 현황 및 점유율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1. 원유소비량 총량: 국내원유생산량+전기이월+수입-수출-재고
2. 원유소비량 1인당: 국내원유소비총량/인구수

 

 

원유가격연동제는 우유가격 상승 원인일까?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학교우유급식이 중단되면서 잉여우유가 남아도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원유 가격은 팬데믹 이후로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습니다. 원유가격은 어떤 체계로 정해질까요? 원유가격은 낙농업계, 유가공업체, 정부가 함께 만든 단체인 낙농진흥회에서 정합니다. 낙농진흥회는 '원유가격연동제'를 기준으로 원유가격을 정합니다. 원유가격연동제는 구제역으로 낙농업이 큰 어려움을 겪었던 2013년에 도입되었습니다. 구제역으로 사육하는 젖소 수가 감소했고 이에 따라 원유 생산량도 급감했습니다.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우유 가격이 폭등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정부에서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낙농가의 생산비 보전을 위해 원유가격연동제를 도입했습니다. 맞습니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시장의 원리를 따르지 않습니다.

그림 3. 국내외 원유가격 변화 (국민일보, 낙농가 반말에... 정부 '우유값 낮추기' 헛바퀴)


원유가격연동제는 낙농가의 생산비 증감과 시장물가를 반영하여 원유가격을 정합니다. 낙농업은 살아있는 젖소에서 원유를 얻기 때문에 제조업처럼 제품의 생산량을 조절하듯 원유의 생산을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거기다 원유는 저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급 불균형이 심합니다. 이렇듯 낙농업이 가진 특수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방지하고자 만든 제도가 원유가격연동제입니다. 그러나 원유가격연동제는 한 번 원유가격이 정해지면 시장의 수요와 관계없이 같은 가격이 한동안 유지되어 소비자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큰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유 소비가 줄어들어도 오히려 우유 가격이 오르는 기괴한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우유 가격 폭등을 우려해서 만든 정책이 오히려 원유가격 인상의 핵심 원인이 된 것입니다.

최근에 원유 가격 상승해서 백색우유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국제적 기준에서도 비싸게 판매되던 백색우유 가격이 300원~500원 (6.6%)이 올랐습니다. 국산 우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수입산 멸균 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젖소를 먹이고 키우는 환경이 다르고 멸균 우유이다 보니 국내산 생우유와 맛이 다르지만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이를 감수하는 것입니다. 

그림 4. 백색우유 가격 (대형마트 기준) (한국소비자원)

 

 

용도별차등가격제

2022년 9월 정부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야기하는 원유가격연동제를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2023년부터 용도별차등가격제를 도입해서 원유를 음용유(마시는 우유용)와 가공유(치즈·버터 등 유제품용)로 구분해 각기 다른 원유가격을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표 2). 글쎄요. 소비자는 밀크인플레이션, 백색우유를 포함해서 백색우유가 사용되는 유제품, 아이스크림, 커피, 빵, 과자류 등의 가공품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것을 경계합니다. 그런데 용도별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가공유용 원유값은 하락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음용유의 원유가격은 더 상승하고 밀크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과 유럽산 우유가 무관세로 들어올 예정입니다. 각종 수입 우유가 가격경쟁력을 갖춰 국내 우유를 밀치고 들어올 수 있습니다. 현재 관세가 부과되고 있음에도 최저가 기준 폴란드산 멸균유 1L 가격이 배송비를 포함해서 1500원대입니다. 국내 일반 우유(서울우유 1L당 2700원) 대비해서 절반 수준입니다. 하지만 국내 우유가격이 지금처럼 비싸다면 수입 우유와 경쟁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레퍼런스

- 낙농진흥회, 우유소비통계/유제품 수출입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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