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티는 이온 음료일까 피로회복 음료일까?

최근에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 링티가 PPL로 나오는 걸 우연히 보았습니다. 그런데 문뜩 링티를 광고로 처음 접했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당시에 광고를 보며 ‘도대체 무슨 제품이지?’라고 궁금했었는데, 시간이 지나 잊고 지내다가 PPL로 나오는 링티를 보면서 다시금 그때 생각이 난 겁니다. 이 포스팅을 작성해서 링티를 홍보하거나 또는 그 반대의 의도는 없습니다. 단지, ‘알고 먹자’라는 생각으로 관련 정보를 찾아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마시는 링거?

2017년에 설립된 링티(구 링거워터)는 마시는 링거라는 의미로 링거워터라는 사명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말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링거워터 제품의 내부포장지 및 설명서에 표기된 '링거 워터'라는 단어 때문에 제품이 소비자에게 의약품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링거워터는 ‘의약품 오인 우려 허위·과대광고’ 업체로 적발되어 행정처분을 받았죠. 그러다 2020년 초,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났습니다. 이후에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2021년에 링거워터는 지금의 주식회사 링티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링티 제품의 내부포장지 및 설명서에 표기된 링거워터 (사진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당시 링티의 등장을 알리는 광고는 장안에 화제였습니다. 정확히 무엇을 위한 제품인지 아리송하게 하는 광고는 소비자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네모난 팩의 링거를 연상케하는 네모난 물병에 가루를 넣어 마시는 제품의 특징을 담은 장면이 특히 그랬습니다. 광고회사가 모기업인 링티가 이러한 점을 십분 잘 활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설립 초기에 ‘마시는 링거’라는 수식어로 마케팅을 진행하던 링티는 한 번의 법적인 이슈를 겪은 후에 피로 해소를 원하는 사람, 운동을 하는 사람, 수분 보충이 필요한 사람을 타깃으로 ‘마셔보면 안다’며 더 이상의 긴 설명 없는 문구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링티의 구성성분 (원재료)

'그래서 링티가 도대체 뭐라는 거지?'

링티의 식품유형은 음료베이스(분말제품)입니다. 식약처의 식품별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음료베이스는 [동․식물성원료를 이용하여 가공한 것이거나 이에 식품 또는 식품 첨가물을 가한 것으로서, 먹는 물 등과 혼합하여 음용하도록 만든 것]을 말합니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링티는 의약품이 아닌 식품이라는 것입니다. ‘마시는 링거’라고 표현했었지만 의약품이 아닙니다. 두 번째는 광고에서 보여준 것처럼 물에 타 먹는 형식의 식품이라는 것입니다. 음료로 만들어서 섭취하는 식품이며, 피로하거나 운동하는 사람들이 먹으면 좋다고 언급하는 광고로 보아 피로회복 음료나 스포츠 음료처럼 보입니다. 다음 아래 표 1은 링티의 원재료와 이온 음료, 피로회복 음료의 원재료를 비교한 것입니다. 제품이 함유한 원재료를 확인하여 피로회복을 위한 것인지 또는 탈수나 근육경련 방지를 위해 섭취하는 전해질 음료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표 1. 링티, 이온음료, 피로회복 음료 원재료

제품명	내용량 및 섭취방법	원재료명
링티 레몬맛	1포 11g / 35 kcal 1회 1포(11 g) / 500ml	분말결정포도당, 타우린, 구연산삼나트륨, 정제소금(국산), DL-사과산, 비타민C, 레몬향분말[말토덱스트린, 레몬오일(천연향료), 맥아당, 구연산, 옥테닐호박산나트륨전분, 초산에틸], 레몬라임농축분말[레몬농축액(이스라엘산), 라임농축액(이탈리아산)], 구연산칼륨, 수크랄로스(감미료), 니코틴산아미드, 판토텐산칼슘, 비타민B1염산염, 비타민B6 염산염
링티제로 복숭아맛	500 ml / 0 kcal	정제수, 에리스리톨, 천연향료(복숭아향), 복숭아농축액 0.06%(고형분 68% 이상), 기타소금(히말라야염, 파키스탄산), 구연산삼나트륨, 함수구연산, 비타민C, 글루콘산아연, 스테비올배당체, 글루콘산마그네슘, 니코틴산아미드, 판토텐산칼슘, BCAA(L-발린, L-로이신, L-이소로신), 비타민B6염산염, 말토덱스트린, 옥수수전분, 아라비아검, 비타민A아세테이트, DL-a-토코페롤, 구연산나트륨, 구연산, 비타민B12
포카리스웨트	500 ml / 125 kcal	정제수, 백설탕, 액상과당, 구연산, 그레이프후르츠농축과증(이스라엘산), 합성착향료(그레이프후르츠향), 구연산나트륨, 정제소금, 비타민C, 염화칼륨, 젖산칼슘, L-글루타민산나트륨(향미증진제), 염화마그네슘
포카리스웨트 분말	11 g / 40 kcal 1회 1포(11 g) / 150 ml	백설탕, 무수결정포도당, 구연산, 그레이프후르츠분말(그레이프후르츠과즙, 덱스트린), 합성착향료(그레이프후르츠향), 구연산나트륨, 정제소금, 비타민C, 염화칼슘, L-글루타민산나트륨(향미증진제), 탄산마그네슘
게토레이 레몬맛	600 ml / 160 kcal	정제수, 설탕, 포도당, 혼합제제(구연산삼나트륨, 제일인산칼륨, 정제소금), 구연산, DL-사과산, 혼합제제(글리세린, 정제수, 아리비아 검, D-솔비톨, 유화제, 야자유, 주정), 합성향료(레몬향), 비타민C, 홍화항색소
박카스F	120 ml / 0 kcal	타우린(1000 mg), DL-카르니틴염산염(100 mg), 카페인무수물(30 mg) [비타민B군] 이노시톨(50 mg), 니코틴산아미드(20 mg), 티아민질산염(5 mg), 리보플라비포스페이트(5 mg), 피리독신염산염(5 mg)
비타500	100 ml / 50 kcal	정제수, 기타과당, 농축사과과즙, 비타민C(500 mg), 구연산, 합성향료(드링크향), 재제소금(국산), 효소처리스테비아, 구연산삼나트륨, 펙틴, 글루콘산아연(3 mg), 타우린, 사과산, 덱스트린, 히알루론산, 오렌지추출물(오렌지:미국산), 비타민B2(1.2 mg), 니코틴산아미드, 판토텐산칼슘, 용성비타민P

(출처 제품성분표)

 

이온음료, 피로회복 음료 구분 없이 원재료에는 식품첨가물과 영양강화제가 원재료에 확인됩니다. 식품첨가물에는 산도조절제(구연산삼나트륨, 구연산나트륨, 구연산칼륨, 구연산, DL-사과산, 사과산, 제일인산칼륨 등), 점증제(덱스트린, 펙틴), 합성착향료/합성착색료, 감미료(수크랄로스, 효소처리스테비아, 백설탕, 액상과당 등), 향미증진제(L-글루타민산나트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양강화제는 [니코틴산(비타민B3), 니코틴산아미드(비타민B3), 비타민C, 글루콘산아연, 글루콘산아연, 판토텐산칼슘, 용성비타민P 등)]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주용도가 산도조절제, 영양강화제 겸용은 따로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온음료는 전해질 역할을 할 수 있는 화합물 위주의 식품첨가물이 포함되어 있는 반면 피로회복 음료에는 전해질 역할을 하는 화합물을 함유하지 않고 피로회복을 돕는 타우린과 비타민B군 영양강화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링티는 이 중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타우린과 피로회복 음료에 포함된 비타민B군 중 일부를 원재료로 가지고 있고, 전해질 역할을 할 수 있는 화합물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타우린과 비타민B군 관련 원재료의 정확한 양이 기재되어있지 않아 다른 제품들 특히 피로회복 음료와 비교하기 쉽지 않습니다.

한편, 링티 1포는 2,000원 정도의 가격인데 반해 다른 이온 음료나 피로회복 음료의 가격은 1,000 내외입니다. 링티는 포 단위가 아닌 박스 단위로 구매 가능하므로 10포가 들어있는 박스는 20,000-30,000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제품을 섭취할지 선택하고 구매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마시고자 하는 음료에 어떤 재료가 첨가되어 있는지 또는 어떤 목적으로 음료를 소비할지를 생각하고 꼼꼼히 비교한 후에 제품을 구매해야 합니다.

링거, 경구 수액, 이온 음료, 스포츠 음료, 피로회복 음료

링티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웠던 이유 중에 하나는 링티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들의 개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각각의 개념을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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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거(Ringer)
링거는 간단히 정리하면 Ringer=Hartman solution(HS)= lactated Ringer's solution입니다. 링거는 수액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도 링거가 모든 종류의 수액을 아우르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건대, 병원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고 사용되는 생리식염수(normal saline, NS)를 맞아도 링거를 맞았다고 표현하고 있는 이상한 상황인 것입니다. 링거는 수액 중 유일하게 lactate를 함유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수술 시 또는 대사성산증 보정에 사용됩니다. 한편, 링거에 포도당을 5% 더한 수액을 하트만덱스액(hartman dextrose, HD)이라고 하며, 수분, 전해질 그리고 에너지까지 공급해야 할 때 사용합니다. 링거에는 염화나트륨 6g/L, 염화칼륨 0.3 g/L, 염화칼슘 0.2 mg/L, 락트산(젖산)나트륨 3.1g/L이 함유되어 있습니다(중외제약 Hartman solution 1 L). 단순히 언급한 성분이 함유된 것 말고도 삼투압과 pH가 특별히 설정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수액은 기초수액, 영양수액, 특수수액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환자의 증상에 따라 수액을 선정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액에는 생리식염수, 포도당, 필수 전해질(칼슘·나트륨·칼륨)이 들어 있습니다. 영양수액의 경우 때에 따라서 수액과 주사제(예: 비타민, 무기질, 단백질 등)를 혼합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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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용)수액 (Oral Rehydration Therapy, ORT)
일반적으로 수액은 주사로 혈관에 주입되기 때문에 전문의약품으로 취급합니다. 경구용수액요법에 사용되는 수액은 전문의약품 또는 경우에 따라서 식품으로 허가받고 유통할 수 있습니다. 식품으로 판매되는 경우에는 oral rehydration solution(ORS)라고 하는데요. 국내와 해외에서 판매하는 ORS는 판매 및 사용처가 조금씩 다릅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ORS라고 해서 정확하게 원재료 양을 표기하고 물갈이 설사나 수분 부족을 겪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경구 수액이 개발된 것은 주사를 놓지 못하는 콜레라 환자에게 전해질을 공급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콜레라나 장염 같은 설사병에 걸리면, 체내의 물과 나트륨 등의 전해질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 탈수증에 걸립니다. 1960년에 콜레라는 장 점막을 파괴시키지 않는 것이 밝혀졌고, 이듬해에는 소장에서 포도당과 나트륨이 짝을 이루어 함께 흡수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이 사실들을 근거로 탈수증 환자에게 입으로 수분과 나트륨을 공급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1968년 동남아시아 조약기구 콜레라연구소에서 콜레라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임상시험으로 경구 수액요법이 정맥을 통해 수액을 주입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리고 197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표준 경구용 수액제를 개발하여 콜레라 유행 지역에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WHO에서 제시하고 있는 경구 수액의 조성은 물 1 L에 염화나트륨 2.6 g, 함수구연산삼나트륨 2.9 g, 염화칼륨 1.5 g, 무수포도당 13.5 g입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카리스웨트나 게토레이 같은 이온음료는 경구 수액의 조성과 흡사하지만 경구 수액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이온음료는 나트륨 농도가 너무 낮아 상대적으로 흡수가 잘 되지 않아서 탈수를 교정하기에 적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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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음료 및 스포츠 음료
이온 음료 또는 스포츠 음료 운동 후에 땀으로 빠져나간 전해질과 수분 보충을 위해 개발된 음료입니다. 영미권에서는 스포츠 음료(sports drink)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온음료는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지 않고 수분이나 미네랄(전해질)을 신속하게 흡수시킬 수 있어 운동을 하고나서 빠져나간 수분이나 미네랄을 보충해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과격하게 운동하거나 높은 기온에서 노동으로 땀을 많이 배출하여 일시적으로 탈수가 심해지고 염분이 많이 빠져나간 경우에도 이온음료를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식중독이나 장염으로 탈수를 겪을 때는 물보다는 이온음료를 마셔서 수분과 전해질을 일부 보충할 수는 있지만, 이온음료는 음료일 뿐 의약외품이 아니므로 설사가 며칠 동안 지속되면 전문 경구 수액을 음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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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회복 음료
피로회복 음료에는 타우린, 아르기닌, 카페인 등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피로물질을 억제하거나 제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고 각성효과로 몸에 활력을 줄 수 있습니다. 타우린의 경우 심장 근육 강화 등의 효과가 있어서 운동능력 향상에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음료의 경우 1일 카페인 섭취 권장량은 400 mg입니다.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불면증, 두통, 부정맥, 역류성 식도염, 위염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이뇨작용으로 칼슘과 철분의 흡수가 방해되어 뼈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운동역량 향상에 초점을 맞춘 외국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주로 수험생이나 직장인이 섭취하기 때문에 더욱더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에 주의해야 합니다.

 

사진출처 un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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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티 대표의 인터뷰를 보면 링티는 경구수액을 표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목적과 결과물에서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경구수액은 탈수증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되지만, 링티는 피곤한 직장인, 수험생 또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마케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온 음료와 피로회복 음료 시장이 더 크기 때문에 중간 포지션을 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보통의 대중들이 인식하는 링거 개념에 대한 오해, 링거를 떠올리게 하는 마케팅 전략(링티를 거세요, 네모난 링티 물병 등), 피로회복 음료와 이온음료 특징을 합쳐 놓은 듯한 원재료들(다만, 정확한 양을 기재하지 않음), 자사 실험 결과물을 보여주는 바이럴(다만, 어떤 조건에서 시험한 것인지 알 수 없음)이 모두 합쳐져 링티라는 제품이 더 오묘하고 아리송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물만 있으면 언제든 가루를 타서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피로 회복과 전해질 보충을 동시에 하기를 원하는 소지자의 니즈를 어느 정도 표면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제품이라 보입니다.

 

레퍼런스

- 이지현, 경구용 수액제의 임상적 활용, J. Korean Med. Assoc. (2012)
- verifiedmarketresearch, Global Oral Rehydration Salts Market Size By Form (Powder, Tablet), By Distribution Channel (Pharmacies, Shops), By Application (Children, Infant), By Geographic Scope And Forecast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