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과건강

MSG 유해성 논란과 실체

Whatever 2024. 1. 1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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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sodium L-glutamate (MSG)

Monosodium L-glutamate(MSG, L-글루탐산일나트륨)는 식품을 제조하고 가공할 때 맛과 향을 증가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향미증진제(flavor enhancer)입니다. MSG는 아미노산인 L-글루탐산(L-glutamate)과 나트륨(sodium)으로 이뤄져 있는데 구조적으로 L-글루탐산에 나트륨이온이 하나 붙은 염 형태의 물질입니다. 두 성분 중에서 감칠맛을 내는 핵심 성분은 L-글루탐산입니다. 하지만 L-글루탐산은 물에 잘 녹지 않아 그 자체로는 아무런 맛이 없습니다. 그래서 조미료로 활용하려면 물에 잘 녹는 물성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수산화나트륨으로 L-글루탐산에 나트륨을 결합시켜 물에 잘 녹는 L-글루탐산일나트륨 염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MSG는 많이 섭취해도 몸에 축적되지 않고 에너지로 쓰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식약처나 세계보건기구에서는 MSG에 대한 1인당 1일 최대섭취허용량(ADI)을 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럽식품안전청에서는 MSG의 ADI를 30mg/kg body weight/day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림 1. Monosodium L-glutamate (MSG)의 화학구조

 

 

MSG의 발견

1908년 일본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는 다시다 국물의 풍미를 연구하던 중 다시마에 있는 글루탐산을 분리하고 글루탐산에서 감칠맛이 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글루탐산에서 단맛, 신맛, 짠맛, 신맛과는 다른 특유의 맛을 느꼈고 이를 우마미(맛있는)라 이름 지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1909년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는 자신이 추출한 L-글루탐산을 중탄산나트륨과 반응시켜 L-글루탐산나트륨이라는 물에 잘 녹는 가루 형태의 조미료를 합성하여 MSG를 개발했습니다 (그림 2). 

그림 2.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와 하지노모토가 공동으로 개발한 MSG 변천사



하지만 당시에는 어떤 기전으로 L-글루탐산이 감칠맛을 내는지 설명하지는 못했는데요. 그 비밀은 21세기 들어서야 밝혀졌습니다. 우리 혀에 돋아있는 미뢰에는 mGluR1 혹은 mGluR4 수용체가 있습니다. L-글루탐산이 결합하거나 약간의 퓨린 뉴클레오타이드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몇몇 L-아미노산 조각들이 T1R1+3이라는 단백질 이형중합체(heteromer)에 결합하면 느껴지는 맛이라는 감칠맛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L-글루탐산은 이온으로 해리되면 감칠맛 수용체와 더 잘 붙기 때문에 감칠맛을 더욱더 잘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L-글루탐산

L-글루탐산은 비필수 아미노산으로 우리 몸에서 많은 양(60g/day)이 합성되고 소고기, 닭고기, 생선, 달걀, 유제품, 토마토, 옥수수, 견과류, 조개류 등의 식품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습니다. MSG는 L-글루탐산에 나트륨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엄밀히 이야기하면 L-글루탐산과 다르지만 물에 용해되면 L-글루탐산 음이온과 나트륨 양이온으로 해리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몸은 L-글루탐산과 L-글루탐산일나트륨을 구별하지 않습니다. 

 

표 1. 식품 종류별 단백질에서 글루탐산 비율

 

 

MSG의 생산 역사

MSG가 시장에 처음 등장하고 나서 세 가지 생산방법이 이용되었습니다. 
1) 밀가루나 콩의 글루텐을 염산으로 가수분해 (1909 -1962) 
2) 아크릴로나이트릴(acrylonitrile)에 의한 합성 (1962 – 1973) 
3) 사탕수수를 미생물 발효시켜 생산 (현재)
  (1) 사탕수수에서 원당 추출
  (2) 미생물 발효 (글루탐산 생성)
  (3) 글루탐산 분리
  (4) 나트륨 결합 (수산화나트륨으로 중화)
  (5) 불순물 제거
  (6) 결정화 (가열하여 농축)
  (7) 건조 및 이물검사

MSG의 원료가 천연이고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발효조미료라고도 하지만 제조공정 중에 화학물질인 수산화나트륨(NaOH)을 처리해서 나트륨염을 생성하기 때문에 화학조미료이기도 합니다. 

 

 

MSG의 안전성 논란

MSG의 안전성 논라은 미국에서 시작됐습니다. MSG 안전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식당 증후군이 바로 미국의 학술지에서 처음 발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 전 세계적으로 MSG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MSG와 중식당 증후군의 연관성에 관련한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내렸고 이에 대한 과학자들의 이견이 충돌하며 지금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소비자들에게 MSG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제대로 각인됐던 것은 1993년 (주)러키가 조미료 맛그린을 출시한 뒤부터였습니다. 당시 CJ제일제당의 다시다와 대상의 미원이 조미료시장을 양분하는 상황이었는데요. 맛그린이 '우리는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습니다.', '화학조미료 MSG는 이제 그만.'이라는 문구를 내세우면서 MSG는 화학조미료라는 이미지가 부각되었습니다. 사실 맛그린도 화학조미료였는데도 말이죠. 그 이후에 천연원료를 건조하고 분말화한 뒤 환으로 만든 진짜 천연조미료 제품들의 등장하면서 화학조미료 판매가 부진한 듯 보였습니다. 

 

논란 1. 중식당 증후군 유발 

저는 중식당에서 음식을 시켜먹거나 MSG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 나면 왠지 모르게 느끼하고 노곤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이 같은 증상은 저뿐만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겪는 증상인 듯 보입니다. 이 같은 증상을 중식당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 CRS)이라고 하는데 중국 식당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사용되는 MSG가 흉통, 어지러움, 불안감 같은 과민반응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이견이 많습니다. 

사진출처 unsplash



중식당 증후군은 1968년 미국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스의 의사인 버트 호 만 곽이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저널에 서신을 보낸 것을 계기도 등장하게 됩니다. 곽은 자신이 미국에 머물렀던 몇 년 동안에 중국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면 팔과 등에 번지는 목의 무감각함, 전반적인 기력 약화, 두근거림 등의 증상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증상의 원인 중 하나로 중국 식당 요리의 높은 MSG 함량을 지목했습니다. 이 저널의 편집자들은 그의 서신 내용을 정리해 중식당 증후군이라는 제목을 달아 저널에 게재했습니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과학적인 검토 없이 한 의사의 경험과 서술을 바탕으로 작성된 게재글이었고 이는 수십 년 간 지속되어 온 논쟁의 불씨가 됩니다. 

1993년이 되어서야 중식당 증후군의 진위를 판가름하는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서시드니 대학교의 화학자 레오니드 타라소프와 통계학자 마이클 켈리는 당시까지 이루어졌던 MSG 관련 연구 19건을 리뷰해 단 6건만이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라 판단된 6건 가운데 3건은 MSG를 음식에 첨가해서 진행한 실험이고 나머지 3건은 음식 없이 MSG만을 피실험자에게 주는 실험 방식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중식당 증후군과 흡사한 반응을 확인한 것은 금식 중인 피실험자에게 음식 없이 다량의 MSG가 주어졌을 때였습니다. 그러나 음식과 함께 나갔을 경우 이상 반응은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 리뷰를 바탕으로 타라소프와 켈리의 실험은 조금 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중맹검시험법으로 3g의 MSG를 캡슐에 담아 5일 동안 매일 아침 식사 20분 전에 피실험자에게 복용시켰습니다. 실험결과는 예상외였습니다. MSG를 복용한 피실험자들은 위약을 받은 피실험자들과 같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입니다. 중식당 증후군과 흡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피실험자 한 명이 있었지만 재밌게도 그는 위약 복용자였습니다.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티라소프와 켈리는 중식당 증후군과 MSG의 연관성에서 과학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1995년 미국 실험생물학협회(FAASEB)에서도 관련연구가 있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발주한 연구였는데요. 음식 없이 3g 이상의 MSG를 섭취한 경우에 일부 민감한 피실험자가 두통, 무감각, 홍조, 따끔거림, 졸음과 같이 일시적인 증상이 있었음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식품의 MSG 함유량이 대체로 0.5~1g 미만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일반적으로 이런 증상을 느낄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언급했습니다. 

1997년에는 캐나다 오타와대학교의 윌리엄 H. 양 박사가 조금 다른 각도에서 중식당 증후군의 실체에 접근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양박사와 그의 연구진은 스스로 MSG에 민감하다고 생각하는 피시험자 61명을 모아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일반적인 섭취량보다 많은 5g의 MSG를 피실험자에게 투여하고 두 종류의 중식당 증후군 증상을 느껴도 MSG에 민감하다고 분류했습니다. 그 결과 피실험자 61명 가운데 18명이 위약이 아닌 MSG에 반응했습니다. 그러나 몇몇 증상에서는 위약을 섭취한 피실험자나 MSG를 섭취한 피실험자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위약을 섭취한 피실험자들이 증상을 더 과민하게 느낀 경우도 있었습니다. MSG에 과민하다고 생각하는 피실험자 대상으로도 MSG나 위약을 사용한 이중맹검 연구에서도 일관된 과민 반응을 확인하지 못한 것입니다. 

2006년 매튜 프리먼은 MSG에 민감한 일부 연구군에 대한 보고는 있었지만 위약을 대조군으로 두고 진행한 지난 40여년 간 관련 임상실험에서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문헌을 통해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MSG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일관된 증거가 없다고 보고했습니다. 

위에 언급한 위의 연구들을 제외하고도 수없이 많은 중식당 증후군과 MSG의 연관성과 유해성을 밝히기 위한 연구들이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중식당 증후군이 MSG에 의한 증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과를 도출한 연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중식당 증후군의 증상이 MSG에 의한 것보다는 탄수화물 과잉 섭취로 인한 혈당 스파이크로 인한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MSG 보다는 식사 중에 과도한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나서 혈당 수준이 급격히 상승하여 발생하는 증상임을 강조합니다. 탄수화물 과잉 섭취로 인한 혈당 스파이크는 고혈당, 두통, 피로, 어지러움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 음식점 증후군이라고 여겨지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국내에서는 2013년 MSG의 반격이라는 제목의 MBC 프로그램에서 성인에게 MSG 캡슐과 위약을 영양제라고 주고 다음 날 반응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중식당 증후군이 나타나기는커녕 오히려 몸이 더 좋아진 느낌을 받았다는 피실험자도 있었습니다. 실험설계가 다소 엉성해 보였고 안 좋은 걸 먹었다고 느끼는 심리적 요인이 중식당 증후군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라는 예상외의 결론을 내리기도 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을 보면 MSG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엔 충분한 듯 보였습니다. 

위에 언급한 연구들 외에도 MSG와 중식당 증후군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들이 꽤 많이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MSG에 민감한 개인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중식당 증후군 증상에 일관성이 없다라며 대체적으로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MSG가 우리 몸에 100%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MSG가 중식당 증후군을 유발한다는 누명을 어느 정도 벗었을지는 몰라도 MSG가 우리 몸에 끼치는 잠재적인 위험성에 관한 연구 모두를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논란 2. 과도하게 신경 흥분 유발 

MSG의 주성분은 앞서 말한 것처럼 L-글루탐산입니다. L-글루탐산은 우리 뇌의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그 양이 많아지면 뇌를 과도하게 흥분시키는 독소로 작용해 신경을 손상시킵니다. L-글루탐산이 뇌의 흥분을 과도하게 하면 세포 밖에 존재하던 칼슘이 세포질 내로 유입하며 세포사멸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인의 경우 우리 몸이 항상성 유지를 위해 칼슘 이동을 통제하기 때문에 MSG 독성이 잘 나타나지는 않지만, 칼슘 이동 통제에 필요한 혈당, 아연, 마그네슘이 체내에 충분하지 않은 고령자나 영양균형이 깨진 성인들이 MSG를 과량 섭취하면 MSG에 의한 독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MSG 과량 노출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파킨슨 같이 뇌 손상에 의한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지나친 우려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MSG가 과도하게 신경을 흥분시킨다는 연구를 진행한 연구들의 대부분은 우리가 일상에서 섭취하는 MSG의 양과 대비해 훨씬 많은 양을 투여시켜 얻은 실험 결과라는 겁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정도의 양을 투여하면 뇌를 과도하게 흥분시킬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저는 MSG 맛에 민감해서 MSG가 들어간 음식을 금방 알아챕니다. MSG가 많이 들어간 음식은 유독 느끼한 맛이 나고 그 맛이 오래 입 안에 남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할 때 MSG를 즐겨 사용합니다. MSG의 유해성에 대한 이야기와는 별개로 MGS는 우리 식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혁혁한 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MSG 가루를 한 꼬집만 첨가해도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드러난 MSG의 뚜렷한 실체 없는 유해성만으로 이런 MSG의 이로움을 버리긴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MSG가 유해하다고 수십 년 동안 논란이 되어왔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연구 내용으로는 확실하게 드러난 실체가 아직 존재하지 않은 듯 보입니다. 중식당 증후군 이외에 의심되는 유해성도 우리가 MSG를 작심하고 퍼먹지 않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학자들이 계속해서 MSG의 유해성 및 인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이유는 MSG가 전세계적으로 대중화되어 있고 식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자재가 되었기 때문이겠죠. 단, 관련 질병이 있는 환자나 영양이 불균형한 환자 또는 노인들의 경우는 일상생활에서 MSG 섭취에 유의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퍼런스

- Adrienne Samuels, The toxicity/safety of processed free glutamic acid (MSG): a study in suppression of information, Account Res., (1999)

K Niaz et al., Extensive use of monosodium glutamate: a threat to public health?, Excli. J. (2018)

- L tarasoff et al., Monosodium L-glutamate: a double-bliind study and review, Food Chem. Toxicol. (1993)

- Manhfoudh Am Abdulghani et al., Effect of monosodium glutamate on serum sex hormones and uterine histology in female rats along with its molecular docking and in-silico toxicity, Helyon (2022)

- Matthew Freeman, Reconsidering the effects of monosodium glutamate: a literature review, J. Am. Acad. Nurse Pract. (2006) 

- R Walker et al.,  The Safety Evaluation of Monosodium Glutamate, J. Nutr. (2000)

- Subhankari Prasad Chakraborty, Patho-physiological and toxicological aspects of monosodium glutamate, Toxicol. Mech. Methods (2009)

- William H. Yang et al., The monosodium glutamate symptom complex: assessment in a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randomizaed study, J. Allergy Clin. Immunol.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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