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건강

정신적 스트레스가 장 손상을 일으킨다?

Whatever 2024. 1.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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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성대장증후군 (Irritable bowel syndrome)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대장내시경이나 X-선 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특정한 징후가 없고 복통, 복부 불편감, 배변 습관 변화, 복부팽만 등의 불쾌한 증상이 적어도 6개월 동안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기능성소화기질환입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발생하는 원인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관 운동 이상, 내장감각 과민성, 유전적 요인, 담즙산 흡수장애, 장내균 불균형, 정신적 스트레스 등의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복통과 설사 등을 일으키는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0%가 겪고 있는 질환입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증상에 따라서 가스 팽만형, 변비형, 복통형, 설사형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증상은 단독으로 나타나거나 혹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치료는 장의 예민도를 떨어뜨리고 증상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동시에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적당한 휴식이 권장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 5-hydroxytryptamine(5-HT))이 위장관 운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세로토닌 수용체(serotonin receptor)와의 작용(receptor agonist, receptor antagonist)을 이용한 전문의약품이 과민성대장증후군 변비형과 설사형 환자군에 처방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unsplash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장 손상

뇌와 장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다양한 자극에 반응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단,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자세한 메커니즘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난징약학대학에서 대사를 연구하는 샤오 정(Xiao Zheng) 박사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미생물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크리스토프 타이스(Christoph haiss) 교수의 공동 연구에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장을 어떻게 손상시키는지 생화학적 메커니즘(biochemical cascade)을 밝혔습니다. 

우선 마우스를 만성 스트레스(sympathetic activation)에 노출시키고 2주 동안 경과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스트레스를 받은 마우스들은 그렇지 않은 마우스들과 비교했을 때 병원체로부터 장을 보호하는 보호세포(protector cells)의 기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보호세포로 분화하는 장줄기세포(intestinal stem cells, ISC)의 대사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연구진들은 장줄기세포의 비정상적인 대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장내균에 주목했습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서 싸움이나 도망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을 담당하는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되고 장내균을 재편성합니다. 특히 장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스트레스 상황에서 활발하게 번식하는 Lactobacillus속 박테리아는 indole-3-acetate(IAA)이라는 화학물질을 생성하고 분비합니다. 연구진들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해 결과적으로 indole-3-acetate의 수치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장내줄기세포가 보호세포(protector cells)로 변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는 indole-3-acetate가 장줄기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을 방해해서 분비 계통 손상(secretory lineage impairment)을 발생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림 1). 연구진들은 위의 결과가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증거를 찾는 실험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의 대변과 우울증이 없는 사람들의 대변을 분석하고 비교한 결과,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의 대변에서 Lactobacillus속 박테리아와 indone-3-acetate 수치가 모두 높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신체 곳곳에 생화학적 변화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단순히 이 연구만으로 정신적 스트레스와 장 건강 사이에 전체적인 연관성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장줄기세포의 비정상적인 대사를 일으키고 보호세포로 분화되는 것을 억제하여 결과적으로 장 손상을 유발한다는 것을 찾아낸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림 1.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장 손상 과정

 

한편, 연구진은 마우스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장내 손상을 억제하는 방법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스트레스를 받은 마우스 군에 일부 보디빌더들이 복용하는 α -ketoglutarate(알파-케토글루타레이트)*라는 보충제를 투여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장내 손상된  장줄기세포에서 다시 대사가 촉진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논문을 검토한 타이스(Thaiss) 교수는 뇌와 멀리 떨어진 장이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좋은 논문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알파-케토글루타레이트 보충제의 장기적인 효과와 장 기능장애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 연구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장내 손상을 유도하는 다운스트림 효과만을 다루었을 뿐 뇌가 장내균 증식을 유발하는 신호를 어떻게 전달하는지는 확인한 것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로 이를 밝혀야 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한편 정(Zheng) 박사 연구진은 이러한 업스트림 효과를 조사하고 보충제의 안전성화 효과를 추가로 테스트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알파-케토글루타레이트:  확장된 혈관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세포에 더 잘 전달할 수 있어 운동 능력을 높이고 운동 후 피로 개선에도 도움일 될 수 있다. 

 

 

레퍼런스

- Kai Markus Schneider et al., The enteric nervous sytem relays psychological stress to intestinal inflammation, Cell (2023)

- Max Kozlov, How does chronic stress harm the gut? New clues emerge, nature news (2024)

- Michael D. Gerhon and Kara Gross Mrgolis, The gut, its microbiome, and the brain: connections and communications, J. Clin. Invest. (2021)

- Wei. Wei et al., Psychological stress-induced microbial metabolite indole-3-acetate disrupts intestinal cell lineaage commitment, Cell Metabol.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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