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건강

암세포를 찢는 분자 드릴

Whatever 2024. 1. 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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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항암기술, 분자 드릴 (molecular jackhammer)

암세포를 99% 파괴하는 새로운 항암기술이 미국 연구진들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시세론 아얄라 오로즈코(Ciceron ayala orozco), 미국 라이스대학 박사, 디에고 갈베즈 아란다(Diego galvez-aranda) 텍사스 A&M 박사, 로베르트 랑겔(Roberto Rangel) 미텍사스대학 MDA앤더슨암센터 조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이 마치 드릴이나 망치로 콘크리트를 부수듯 암세포 막에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암세포를 파괴(necrosis) 시키는 방법인 일명 분자 드릴(molecular jackhammer)을 발견하고 국제학술지 Nature Chemistry 저널에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림 1. Molecular jackhammers eradicate cancer cells by vibraonic-driven action (nature chemistry)

 

사진출처 Wiktionary

 

 

분자 드릴의 원리 

연구진들이 분자 드릴로 선택한 분자는 의료 영상 기반의 질병 진단에서 흔히 사용하는 염료인 아미노시아닌(aminocyanine, Cy7-amine)입니다. 이 분자는 물에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세포 표면에 잘 붙는 성질을 가진 덕분에 바이오이미징(bioimaging)* 기술에 활용되는데요. 생체 내 세포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거나 암을 발견하는데 사용하는 합성염료입니다. 이 연구가 획기적이라 생각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미 병원에서 질병 진단에 사용하고 있는 아미노시아닌이라는 물질을 활용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미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만큼 안전성이 검증된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이 새로운 항암기술의 원리는 직관적이기 때문에 생물학자나 화학자가 아니더라도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미노시아닌 분자는 양전하를 띠고 세포의 인지질 이중층의 음전하에 달라붙기 때문에 세포 외부에 쉽게 부착합니다. 적외선으로 활성화하면 아미노시아닌 분자 내부의 전자는 전체 분자를 자극하고 진동시키는 플라즈몬**을 생성합니다 (그림 1-2). 진동은 1 피코초(1조 분의 1초)도 안 되는 매우 빠른 속도로 발생하며, 세포막을 뚫고 파괴할 만큼 강력합니다. 이러한 파괴적인 진동이 마치 콘크리트를 부술 때 사용하는 착암기(jackhammer) 방식과 유사해서 아미노시아닌을 분자 착암기(molecular jackhammer)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바이오이미징(bioimaging): 생체 또는 세포 수준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거나 영상을 통해 결과를 확인하는 기술
**플라즈몬(plasmon): 자유전자가 집단적으로 진동하는 유사입자

 

그림 1.  A molecular jackhammer (blue) attaches itself to a cancer cell’s lipid bilayer lining. When stimulated with near-infrared light (NIR light), it vibrates strongly, causing the cell membrane to tear open.  (Ciceron Ayala-Orozco et al., 2023)

 

그림 2.  DAPI entering and staining nucleus of the membrane-disrupted A375 melanoma cells visualized by fluorescence confocal microscopy. (Ciceron Ayala-Orozco et al., 2023)

 

 

분자 드릴의 효과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간 흑색종 세포에 분자 착암기 항암기술을 사용하자 암세포의 99%가 파괴된 것을 확인했고, 흑생종에 걸린 쥐를 대상으로 분자 착암기를 테스트했습니다. 쥐의 절반은 치료 후에 암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암세포 물리적 충격을 주고 암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2016년 노벨상 수상자인 버나드 페링가(Bernard feringa)가 개발한 페링가형 모터가 있습니다. 분자 모터를 기반으로 암세포에 충격을 주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개발한 분자 착암기 기술은 페링가형 모터보다 기계적 움직임이 100만 배 이상 빠르면서 가시광선이 아닌 근적외선으로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근적외선은 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고 신체에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조금 더 다양한 암종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장이라도 이 항암기술이 암환자들을 치료해줄 것 만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항암기술이 연구실에서 벗어나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암세포 외에 다른 세포에 까지 영향을 끼쳐 부작용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확인하고 전 임상, 임상을 거쳐 판매되고 치료에 활용되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생각의 전환으로 바이오이미징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아미노시아닌으로 프라즈몬 활성을 고안한 것과 근적외선으로 분자 착암기를 자극할 수 있어 비교적 깊은 곳(10cm)까지 침투시킬 수 있다는 것, 암세포와 암조직에서 높은 암사멸률을 보인 것 등을 종합해 보면 기계적 힘을 사용한 항암연구에서 굉장한 의의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술이 단순히 연구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암치료에 활용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레퍼런스

- Ciceron Ayala-Orozco et al., Molecular jackhammers eradicate cancer cells by bivronic driven action, Nat. chem. (2023)

- Bernad L. Feringa, The art of building small: from molecular swiches to motors, Angew. Chem., Int. Ed. Engl.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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