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건강

치매의 원인과 아밀로이드 가설

Whatever 2023. 11. 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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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백여 가지가 넘습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입니다. 점진적이며 퇴행적으로 진행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의 뇌를 검사해보면 신경세포가 손상되었거나 사라져있고 전반적으로 뇌가 위축되어 있는 것이 관찰됩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외에도 퇴행성 뇌질환으로 인한 치매에는 루이치매, 전두측두치매, 파킨슨병치매 등이 있습니다. 이 질환들은 주로 노인에게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치매를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질환으로는 혈관성 치매가 있습니다. 혈관성 치매는 뇌로 가는 혈관(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허혈성 뇌혈관 질환(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출혈성 뇌혈관 질환(뇌출혈)그리고 뇌 혈류가 저하되어 발생하는 뇌허혈증 등 뇌혈관 질환을 겪고 난 뒤에 뇌조직의 일부가 손상되면서 뇌기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치매입니다. 뇌혈관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에 비해 갑자기 시작하고 점진적으로 악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국제기구(Alzheimer's disease international)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환자 수는 2030년 약 7천800만 명, 2050년에는 약 1억3천9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라 합니다. 아무래도 인구고령화에 따라 전 세계 치매 환자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가운데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드는 우리나라 역시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부담이 큰 질병이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시작하고 병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늘어나는 치매 환자 수에 비례해서 획기적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위해 국내외 제약사들이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unsplash

 

 

알츠하이머성 치매 원인

치매의 구체적인 원인은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치매 환자의 60~70%를 차지하는 유형인 퇴행성* 뇌질환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경우 뇌 속에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 Aβ)라는 단백질이 뇌세포 주변에 쌓이면서 뇌의 주요 기능을 상실하게 만든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뇌 속 타우(tau) 단백질도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타우 단백질은 tubulin이 중합할 때 결합하여 미세관(microtubule)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과인산화되면 신경섬유덩어리(neurofibrillary tangle, NFT)를 형성하게 되어 세포 내 미세 골격 구조가 손상되고 세포형태 유지나 대사물 이동 등과 같은 생체기능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어 신경세포의 기능을 망가뜨리고 결과적으로 신경세포 사멸로 이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타우 단백질 외에도 비타민 부족, 혈중 콜레스테롤, 전신성 염증 등이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외에도 뇌의 혈액순환 장에에 의한 혈관성 치매가 20~3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기타 원인에 의한 치매입니다. 그러자 실제 임상에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뇌혈관성 치매를 명확하게 구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알츠하이머병에서도 혈관 병변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혈관성치매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의 소견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아서 혼합성 치매가 가장 흔한 치매의 원인이라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퇴행성: 정상적인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세포가 손상되어 점차 증세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림 1. 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과 신경섬유덩어리 (그림출처 alzheimersnewstoday.com)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 진화

일반적으로 아밀로이드 베타는 건강한 사람의 뇌에도 매우 낮은 농도로 존재하며 신경세포에서 생리 기능의 일부를 담당합니다. 하지만 척수액 등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는 아밀로이드 캐스케이드(amyloid cascade) 과정을 거치며 항상성이 조절됩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분해되지 않아 항상성 유지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노화로 인한 경우와 산화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 또는 가족력 등이 원인이라 추측되지만 자세한 매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뇌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 베타는 서로 응집되며 저분자의 올리고머(oligomer)부터 시작하여 섬유화(fibril)와 플라크(plaque)라 불리는 큰 응집체까지 다양한 형태로 뇌에 축적됩니다. 21세기 초반에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전구단백질(amyloid precursor protein)로 부터 생성되는 과정을 제어하는 것을 치료제 개발에 핵심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생성 과정을 제어하는 β-secretase와 γ-secretase의 활성 억제가 주된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효소를 표적으로 진행한 신약 연구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어서 아밀로이드 캐스케이드에서 다음 단계인 응집 과정 억제가 주요 표적이 되었지만 마찬가지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미 인지기능이 저하된 치매 환자의 뇌 속에는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와 응집체가 많이 쌓여있기 때문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생성과 응집을 억제한다해도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나지 않을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그림 2. 아밀로이드 베타 생성과 응집과정 (Molecular psychiatry, 2021) APP; Amyloid precursor protein

 

대략 10여 년 전부터는 응집된 아밀로이드 베타 플랄크 제거를 치매 치료제 타겟으로 삼아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뇌에 쌓여있는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를 청소하는 것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가 치매의 가장 핵심 증상인 인지기능 저하에 직접적인 연관이 적을 수도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오히려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를 제거하는 과정 중에 만들어지는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에 의해 치매 증상이 악화되는 등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의 독성이 높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치매 치료제의 전환점을 맞게 되었습니다. 

 

 

치매 치료제 개발 동향

혹자는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이 가설에 머무르는 이유를 아직까지 이를 기반으로한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아직까지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켓해서 출시된 치료제는 없습니다. 다만 2022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아밀로이드 베타를 주된 표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치료제가 29%로 질병조절 치료제 67.8%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림 3. 2022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파이프라인 (Jeffrey Cummings et al., Alzheimer's Dement., 2022)

 

지금까지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중에 질병조절 치료제(DMT)의 연구가 가장 많습니다. 질병을 조절할 수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치료라는 개념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와 타우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연구가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레퍼런스

- 건강iN Magazine, (2018) 

- 권기정, 치매 치료제의 국내외 최신 개발 동향, 약학정보원 팜리뷰 (2022)

- Harald Hampel et al., The Amyloid-β Pathway in Alzheimer’s Disease, Mol. Psychiatry (2021) 

- Jefferey Cummings et al., Alzheimer's disease drug development pipeline: 2022, Alzheimer's Dement. (2022)

- Yu Ding et al., Amyloid Beta Oligomers Target to Extracellular and Intracellular Neuronal Synaptic Proteins in Alzheimer's Disease, Frontier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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