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enzyme)란?
효소는 생물학적 반응을 촉매(觸媒)하는 단백질입니다. 효소는 생체에서 생화학반응 속도를 높이고, 반응이 일어나는 조건을 조절하여 생물학적 과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효소는 특정한 화학반응에 특이적으로 작용하며, 반응물인 기질(substrate)을 효소의 활성 부위(active site)에 결합시켜 반응을 촉진합니다. 이러한 효소-기질 복합체(enzyme substrate complex)는 잠재적으로 활성화 에너지 (activation energy) 장벽을 낮추어 반응이 더 빠르게 일어나도록 돕습니다 (그림 1). 효소는 생물체 내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대사, 소화, 호흡 등의 생물학적 과정에 필수 인자입니다.
효소의 생화학 반응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1. 효소는 특정한 화학반응에 특이적으로 작용합니다. 즉, 특정한 기질 또는 반응물에만 결합하여 반응을 촉진합니다. 이는 효소의 활성 부위와 기질 사이의 특이적인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림 1)
2. 효소 자체는 화학반응 후에 없어지거나 변하지 않아 다시 사용됩니다. (그림 1)
3. 효소는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어 생체반응을 촉진합니다. (그림 2)
4. 효소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효소가 촉매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온도와 pH 조건 등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효소식품(enzyme food)이란?
식품안전의약처 식품공전에서 정의하기를, 식물성 원료에 미생물을 배양시켜 효소를 다량 함유하게 하거나 식품에서 효소함유 부분을 추출한 것 또는 이를 주원료로 하여 섭취가 용이하도록 페이스트상, 분말, 과립, 정제, 캡슐 등으로 가공한 것이라고 효소식품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간혹, 효소식품을 건강기능식품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2008년 건강기능식품 공전을 전면 개정하면서 효소식품은 건강기능식품 분류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게다가 건강기능식품과는 다르게 효소의 기능성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 (실험결과)를 제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엄연히 다릅니다.
효소식품의 유형은 식물성 원료의 종류에 따라 (1)곡류효소함유제품 (2)배아효소함유제품 (3)과일·채류효소함유제품 (4)기타식물효소함유제품으로 나눕니다. 각각은 해당하다는 제품은 마찬가지로 식물성 원료에 식용미생물을 배양시키거나 식품에서 효소함유 부분을 추출한 것 또는 이를 주원료로 제조 및 가공한 것을 의미합니다. 한편, 효소식품의 규격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규격 조건 중 하나는 알파-아밀라아제(alpha-amylase)와 프로테아제(protease)의 양성 여부입니다. 두 효소의 일정함량 이상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양성이기만 하면 효소식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효소식품 규격
1. 수분(%) 10.0 이하 (단, 액상제품은 제외)
2. 조단백질(%): 10.0 이상
3. 알파-아밀라아제: 양성
4. 프로테아제: 양성
5. 대장균: 음성
6. 붕해시험: 적합 (정제, 캡슐에 한정 단, 씹어먹는 것은 제외)
즉, 효소식품 규격에 따르면 일부 생체내 소화효소인 알파-아밀라아제와 프로테아제를 함유한 식품을 효소식품이라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문점이 생깁니다. 식물성 원료에 미생물을 배양시키면 다량의 효소가 생성될까요? 효소생성이 아닌 발효과정으로 보이는데 효소식품이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실제로 효소식품의 대부분은 50%의 고농도의 설탕물로 추출한 추출액(extract)을 기반으로 생산됩니다. 흔히 가정에서 매실과 설탕으로 만드는 매실엑기스를 생각하면 효소식품을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아무리 오래 보관해도 메실엑기스는 잘 썩지 않습니다. 썩지 않는다는 것은 미생물이 자라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생물에 의한 발효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단, 설탕의 농도가 낮은 경우 발효될 수 있습니다.) 앞서 식품공전의 효소식품 정의에서 '미생물을 배양시켜'라는 부분을 다시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고농도의 설탕물에는 미생물을 배양하기 힘들고, 따라서 식물성 원료 자체에 효소 함량이 높은 경우에 그나마 효소함량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효소다이어트의 실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효소식품 열풍이 불었습니다. TV 정보프로그램을 보면 효소를 먹고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았다 말하며 여러 가지 식물을 설탕에 절여서 넣어둔 항아리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걸 효소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식물, 과일, 약초 등을 설탕에 절이는 것을 효소를 담근다고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이 일명 '효소'를 섭취해서 느꼈던 몸의 변화에 대해 뭐라 할 수 없지만, 당절임이 효소로 둔갑한 것은 어색하고 이상해 보였습니다. 당시 매체에서는 마치 효소식품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효능을 광고했습니다. 효소를 섭취하면 몸속 노폐물이나 쌓인 독소를 배출하고, 콜레스테롤 배출하여 지방간 수치를 낮출 수 있을 것처럼 효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습니다.
근래에는 효소식품을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매체의 시선은 줄어든 대신에 다이어트를 돕는 제품, 체내 소화를 돕는 식품보조제 형식으로 효소식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비자가 주의하지 않으면 효소의 효능을 오인하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요소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가령 제품에 '커트', '다이어트'라는 문구가 직접적으로 들어간다던지, 다이어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 원료를 소량 추가해 놓고 효소가 체중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처럼 광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효소는 우리 몸에 들어온 음식물을 작은 단위의 분자로 쪼개주어 소화를 도와줄 수는 있지만 음식섭취로 얻은 열량을 없던 것으로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해외에서는 우리나의 의약품인 소화제의 일종인 소화효소제와 비슷하게 supplementary digestive enzymes이라고 해서 소화효소보조제 제품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효소식품과는 다르게 알파아밀라아제, 프로테아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소화효소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해외에서는 소화에 도움을 주고 위장관질환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효소의 보조제로서의 역할을 중심으로 연구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참고) Unit은 효소 활성을 나타내는 단위로 "1분 동안 1 umole의 product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효소의 양"을 의미합니다. 절대적인 효소의 양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효소식품 효능에 대한 의문과 안전성
대부분의 효소는 35~45도 사이에서 그리고 pH 6~8 사이에서 활성이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효소는 단백질 성분으로 구강으로 섭취하면 소장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그전에 특히 산도가 높은 위(pH 2)에서 대부분 효소의 활성을 잃습니다. 물론, 예외가 있습니다. 파인애플 줄기에서 추출하는 브로멜라인(broemlain)이라는 프로테아제의 경우 경구로 섭취 시 혈중에서 활성을 보입니다. 브로멜라인은 최적 pH가 2로 낮은 프로테아제의 일종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탄수화물 분해(소화) 효소는 경구섭취 시 소장에 도달하기도 전에 위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분해(소화) 효소로 인해 비활성 되기 때문에 소장에 도달하여 효소로 작용하기 어렵습니다. ,
효소식품 제품을 보면 프로테아제와 알파-아밀라아제의 활성을 unit/g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로테아제 120,000 unit/g, 알파-아밀라아제 1,200 unit/g라고 표기한 경우, 효소가 얼마나 제품에 함유되어있는지는 모르지만 효소의 활성이 이렇다고 알려준 겁니다. 하지만, 효소식품에 효소의 절대적 양이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는 게 함정입니다. 한편, 다양한 효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는 의약품인 소화효소제 소화제의 경우 브로멜린 30 mg처럼 효소의 양을 표기하고 있습니다.
효소식품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4년 한국소비자원에서는 효소식품 및 효소표방제품 소비에 관하여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내용에 따르면 제품에 표기된 효소함량은 실제로 매우 낮았고, 일부 효소표방식품에 당함량은 평균 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효소식품 규격에는 제시되어 있지 않은 곰팡이독소(아플라톡신, 오클라톡신A, 제랄레논)가 검출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곡류가 주원료인 만큼 곰팡이독소에 대한 개별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레퍼런스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공전
- 명승권, 효소식품 바로 알기,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추계합동학술대회 (2013), 국립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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