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미생물
사람 몸에는 세균(bacteria)을 비롯하여 바이러스(viruses), 원생동물(protozoa), 균류(fungi), 고세균류(archaea) 등 수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장내에 서식하면서 우리 몸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이 있습니다. 이러한 미생물을 장내미생물이라고 하고 세균(상재균, 공생균, 병원균), 바이러스 등과 같은 각종 미생물을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장내미생물 중에서도 섭취했을 때 장 내 환경에서 유익한 작용을 하는 균주를 통칭하여 장내미생물총(gut microbiota)이라고 합니다.
장내미생물총은 인간이 소화하지 못하는 음식 성분을 대신 소화시켜 대사산물을 생산하거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합니다. 또한, 면역 장기인 위장관내에서 면역시스템을 발달시키고 조절하는 동시에 외부의 병원균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도 합니다. 국내외에서 장내미생물과 관련한 기초연구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고 투자도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장내미생물이라는 단어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비만의 원인으로 장내미생물총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부터라고 들 합니다. 다이어트와 관련된 소재는 시대를 불문하고 대중에게 많은 관심을 받기 마련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일명 뚱보균이라는 단어가 장내미생물이나 장내미생물총이라는 용어와 함께 등장하면서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뚱보균이 몸 안에 있으면 살이 찌는 체형이 된다는 개념이 이해하기 쉽고 간단한 이론이라 어려움 없이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장내미생물과 비만
2006년 장내미생물 연구의 선구자인 미국 워싱턴대학의 제프리 고든 연구팀은 비만한 사람들은 마른 사람들에 비해서 유익균인 박테로이데테스( Bacteroidetes )이 적고, 지방 대사와 흡수율을 높여 지방이 몸에 잘 축적한다고 알려진 피르미큐테스(Firmicutes )이 상대적으로 많은 특성이 있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비만한 사람들이 다이어트로 살을 빼면, 마른 사람들과 유사하게 박테로이데테스의 수가 많아지고 피르미큐테스는 낮아지는 변화가 관찰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어떤 유형의 식이를 했는지 보다는 체중 변화 정도와 상관성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갖게 된 의문은 장내미생물총의 변화가 비만을 유발하는 것인지, 아니면 비만 때문에 장내미생물총이 변하는 것인지 전후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유전적 비만쥐인 ob/ob mice (렙틴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변형시켜 비만을 유도)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날씬한 쥐의 장내미생물에 비해 비만쥐의 장내미생물은 먹은 음식으로부터 에너지를 더 많이 얻어낼 수 있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비만쥐의 분변을 무균쥐에 이식하면 이식받은 쥐가 비만해지는 것을 관찰하였고 이로써 장내미생물 자체가 비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 위와 같은 결과는 날씬한 쥐의 미생물이 비만쥐를 회복시키는 것은 저지방과 고섬유질의 식이를 주었을 때만 관찰되었고, 고지방과 저섬유 식이를 주었을 때는 비만쥐를 회복시키지 못했습니다. 정리하면,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장내미생물의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장내미생물과 질병
많은 연구를 통해 건강한 사람의 장내미생물 및 장내미생물총이 특정 질병을 가진 사람과 차이가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비만뿐만 아니라 노화, 당뇨병, 심혈관질환, 알츠하이머, 스트레스성질환, 염증성장질환, 암 등이 장내미생물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장내미생물의 조성은 유전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식습관, 스트레스, 항생제 오남용 등 같은 여러 가지 환경 요인들에 의해 변하는데, 특히 식습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곡류, 채소, 육류가 조화로운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식단은 적절한 열량을 공급하고 풍부한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을 포함하여 성인병 발생의 위험이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서구화된 식습관, 예를 들어, 동물성지방, 정제탄수화물, 정제당 등의 과잉 섭취와 비타민과 무기질 등의 영양불균형이 초래되어 성인병 발생이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음식물 섭취의 변화로 유해한 장내미생물의 증식이 촉진되어 장 건강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제로칼로리 인공감미료와 장내미생물
제로칼로리 식품이 함유한 인공감미료를 많이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발표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세다스시나이 메디컬센터에 로이치 마루트 박사 연구팀이 관련 연구를 진행했었습니다. 이 연구팀은 인공감미료 섭취가 장내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연구를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했었습니다. 인공감미료 아스파탐 사용자 9명, 수크랄로스, 사카린, 스테비아잎추출분말 사용자 35명과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55명의 대조군의 소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분석했습니다. 연구결과, 아스파탐 이외에 인공감미료를 사용한 사용자는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았던 대조군보다 소장 내 미생물 집단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장내미생물 집단의 다양성이 감소하면 비만과 당뇨 같은 대사질환, 알레르기 등의 면역질환, 그리고 암 발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인공감미료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이러한 장내 미생물 집단의 차이가 건강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인공감미료와 장내미생물의 연관성을 밝히는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논문에 따르면 단맛을 내지만 혈당을 높이지 않아서 당뇨병 환자나 체중 관리를 하는 사람들의 설탕 대체제로 주목받아온 사카린과 수크랄로스가 혈당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는데요.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반면에 아스파탐과 스테비아는 건강한 사람의 혈 반응에 무의미한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네 종류의 인공감미료 모두 장내미생물총의 조성과 이들이 생성하는 분자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 몸에서는 인공감미료를 소화할 수 있는 효소가 없기 때문에 소화기관에서 분해되지 않고 바로 장으로 가는데, 장내미생물이 인공감미료를 분해해서 대사산물을 만들어 비만, 대사증후군, 당뇨병을 일으킨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이 역시 연구 초기단계로 가능성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의 실험에서 설탕을 사용하는 사용자도 함께 추가로 실험을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인공감미료는 설탕을 대체하기 위한 식품이기 때문에 섭취하는 목적이 건강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과는 다르기 때문에 가장 대중적이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감미료인 설탕과 비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설탕과 비교했을 때, 설탕을 대체해 섭취하면 덜 해롭다 정도로만 확인되어도 설탕을 대체할 감미료로 적합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우리가 설탕만큼 인공감미료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우리 몸에서의 역할과 기능을 알아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듯합니다.
레퍼런스
- Ava Hossein et al., Consuming artificial sweeteners may alter the structure and fuction of duodenal microbial communities, iScience (2023)
- Ana M Valdes et al., Role of the gut microbiota in nutrition and health, BMJ (2018)
- EM Brown et al., Gut microbiome lipid metabolism and its impact on host physiology, Cell Host Microbe. (2023)
- J Suez et al., Nutritive sweetners on human glucose tolerance, Cell (2022)
- Matthew J Bull et al., Part 1: The human gut microbiome in health and disease, Integr. Med. (Encinitas)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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