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릴 (Krill)
크릴오일의 원료인 크릴은 성체의 몸길이가 약 4~6㎝인 동물성 플랑크톤입니다. 생김새 때문에 새우로 오해받지만 갑각류라는 것을 제외하면 새우와 밀접한 관련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크릴새우라고 부릅니다. 크릴의 서식지는 수온이 영하 1.8~4도로 낮은 남극해이며 1~7만 마리가 떼를 지어 다닙니다.
남극해에서 서식하는 크릴은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면서 전체 생체량이 가장 많습니다. 핵심종이란, 일정한 지역의 생태계(ecosystem)에서 생태군집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종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크릴의 멸종은 다른 모든 종의 생존과 다양성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크릴보다 작은 생물 중에 크릴이 먹지 않는 것이 없고 크릴보다 큰 생물 중에는 크릴을 먹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니까요.
크릴과 지구온난화
그런데 크릴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같은 기후변화로 크릴 유생이 식물 플랑크톤을 먹고 포식자를 피해 숨는 장소인 해빙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해양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1970년대 이래로 약 40년간 크릴의 개체수가 약 20~30% p 가량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크릴을 먹고사는 고래종, 물개종, 펭귄종, 어류 등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바다 먹이사슬의 심장부에 있는 크릴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바다 생태계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격이 된 것입니다. 환경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크릴 개체수 감소 속도라면 향후 백 년 안에 모든 펭귄이 멸종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크릴 개체수의 주된 감소 원인은 지구온난화 때문이지만 전문가들은 인간들이 크릴오일을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크릴을 남획하면서 크릴의 개체수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크릴오일과 피시오일 비교
│생화학 구조
크릴오일은 피시오일처럼 오메가 3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릴오일이 함유한 오메가3의 생화학 구조는 피시오일이 함유한 오메가 3의 생화학 구조와 다르기 때문에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서로 다르게 대사하고 흡수됩니다. 피시오일의 불포화지방산(omega-3 triglyceryde)은 소수성이기 때문에 쓸개즙이 분비되어서 지방성분인 오메가 3를 감싸는 유화과정을 겪고 나서야 소화되고 우리 몸에 흡수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크릴오일의 오메가 3는3은 인지질이 붙어있는 불포화지방산(omega-3 phospholipid)이기 때문에 친수성과 소수성이 함께 있는 미셸(micelle) 구조라서 쓸개즙의 유화과정 없이도 소화가 잘 됩니다. 게다가 오메가 3는 췌장에서 분비하는 지방분해효소인 리파아제가 두 번을 잘라야 하지만 인지지형태의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한 크릴오일은 한 번만 잘라내면 되기 때문에 소화 단계가 비교적 간단합니다.
│DHA와 EPA 함유량
일반적으로 피시오일 오메가3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보충제를 구매할 때 오메가 3 함량보다는 오메가 3의 일종인 DHA와 EPA의 함량을 먼저 따져 봅니다. 크릴오일도 피시오일과 마찬가지로 오메가 3에 속하는 DHA와 EPA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크릴오일의 오메가 3는 인지질이 달려있는 생화학 구조 때문에 인체흡수율과 생체이용률이 높지만, DHA와 EPA 등의 함량이 피시오일의 오메가 3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래서 같은 양의 DHA와 EPA를 섭취하려면 크릴오일을 훨씬 더 많이 먹야합니다.
크릴오일의 DHA와 EPA가 흡수율과 생체이용률이 높아서 적은 양으로도 피시오일의 DHA와 EPA 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또 다른 연구를 보면 피시오일과 크릴오일을 섭취하고 측정한 혈중 DHA와 EPA 농도가 20~30% 정도로 큰 차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크릴오일은 아직은 효과를 주장할 수 있는 단계계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입장도 있습니다. 크릴오일이 인지질을 함유하지만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특별한 효능을 보이는 결과가 없고 결정적으로 다른 식품에서도 인지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비싼 돈을 주고 크릴오일을 먹을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크릴오일의 산패
유지를 공기에 오래 방치했을 때 불쾌한 냄새가 나고 맛이 나빠지거나 색이 변하는 것을 산패라고 합니다. 산패 정도 나타내는 것을 산가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 기준과 규격에 따라 설정해 놓은 산가 허용치가 다릅니다. 건강기능식품의 산가 허용치는 3.0 이하지만 일반식품으로 취급되는 크릴오일의 산가 허용치는 45 이하로 건강기능식품기준의 15배에 이릅니다. 산패된 오메가 3는 효능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신체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산패된 어머니가 3는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고 체내에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DNA변이와 세포변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작용합니다. 크릴오일은 값비싼 채집과 가공방법 때문에 피시오일 보다 최대 10배 이상 비싸지만 산가가 높게 설정되어 있어 복용할 때 산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식품입니다.
크릴의 기능성
유명한 의료인을 내세운 크릴오일 광고나 크릴오일의 기능성을 홍보하는 건강정보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크릴오일이 건강기능식품인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크릴오일이 혈액 속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항산화 효과가 있다면서 기능성을 설명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혹시 알고 계시나요?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크릴오일 제품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혈중 중성지질 개선]과 [혈행 개선] 기능성을 인정받은 크릴오일 건강기능식품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크릴오일 제품은 거의 모두 일반식품입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은 두 개의 크릴오일 제품이 있지만 모두 관절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성식품 제품들입니다.
크릴오일의 심혈관질환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과 기관들은 많습니다. 실제로 세포와 쥐를 가지고 진행한 실험에서 크릴오일이 심혈관질환 인자들을 개선하는 결과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크릴오일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는 인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실험에서 기능성과 효과를 입증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복용을 권장하지 않기도 합니다.
크릴과 환경문제
크릴은 막대한 양의 유기물을 깊은 바다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크릴은 얕은 바다에서 대기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잡아먹는데 몸이 무거워지면 포식자를 피해 깊은 바다로 이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크릴은 얕은 바다에서 섭취한 유기물을 깊은 바다에 배설해 유기물의 이동수단 역할을 합니다. 크릴이 깊은 바다에 침전시키는 유기물 속 탄소양이 연간 2300만 톤에 달합니다. 크릴의 습성으로 바다 밑바닥에 쌓인 유기물은 퇴적층을 이뤄 탄소를 지각에 고정합니다. 크릴은 나름의 방식으로 지구 탄소 순환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크릴은 현재까지 개체수가 많아 특별히 보호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급격한 기후변화에서 자유로운 생물체는 아닙니다. 차가운 바다에 서식하는 크릴에게 지구온난화는 수온상승을 일으켜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현재의 지구온난화 추세가 지속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가라앉히는 크릴의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고 이는 자연의 탄소 순환을 막아 이산화탄소 농도를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크릴은 낚시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미끼입니다. 그래서 크릴이라고 하면 낚시꾼들 사이에서 낯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크릴 미끼의 과도한 사용으로 연안의 낚시터와 갯바위 오염의 주요인입니다. 특히 방부제를 포함한 화학첨가물을 섞어 만든 크릴분말 집어제는 바닷속에서 썩지 않고 뭉쳐 굴러다니면서 연안을 오염시킵니다.
크릴오일 먹어야 할까?
크릴오일은 상대적으로 DHA, EPA 함량이 낮고 가격이 비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의 이유들로 크릴은 여전히 매력있는 식품으로 보입니다.
1. 체내흡수율이 높은 인지질결합 오메가3인 함유
2. 항상화 물질인 아스타잔틴 함유
3. 중금속 오염 위험 낮음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대부분의 피시오일 오메가 3 제품은 중금속검사를 통과한 제품들입니다. 또한, 크릴오일이 함유한 아스타잔틴은 체내에서 효능을 내기에는 함량이 너무 낮습니다. 이와 함께 크릴이 환경에 끼치는 지대한 영향을 생각하면 굳이 크릴오일을 굳이 소비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관련한 정보를 찾아보고 제품마다 따져보면서 꼼꼼히 따져보고 소비하시기 바랍니다.
레퍼런스
- MG Kim et al., Lipid-modifying effects of krill oil vs fish oil: a network meta-analysis, Nutr. rev. (2020)
- Stine M Ulven and Kirsten B Holven, Comparison of bioavailability of krill oil versus fish oil and health effect, Vasc. Health Risk Manag. (2015)
- Stine M Ulven et al., Metabolic effects of krill oil are essentially similar to those of fish oil but at lower dose of EPA and EHA, in healthy volunteers, Lpids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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