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재창출과 대표 사례
신약재창출(또는 약물재창출)이라는 단어를 접해본 적 있으신가요? 관련 업계에 종사하지 않는다면 단번에 신약재창출의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신약창출도 아니고 신약재창출이라니, 신약을 다시 창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신약재창출이란,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은 확인됐지만 효능이 부족해서 허가받지 못한 약물(drug redirecting) 또는 이미 시판되고 있는 약물을 재평가(drug repositioning)해서 새로운 적응증(indication)에서 약효를 찾는 것을 의미합니다. 흔히 drug redirecting과 drug respositioning두 가지를 통칭해서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안전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약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신약(de novo) 개발보다 들이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신약재창출의 대표적인 사례에는 비아그라(Viagra)가 있습니다. 비아그라는 미국의 대형 제약사인 화이자(Pfizer)에서 원래 고혈압과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약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임상 2상 시험에서 약효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이후 용량 증량을 위한 임상 1상 시험을 다시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약효를 발견하면서 발기부전증 치료제로 시장에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코로나19 치료제로 적응증 확대된 약물 사례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치료제 중 하나인 렘데시비르가 바로 그것입니다. 미국의 제약회사 길리어드에서 개발한 렘데시비르는 처음에 에볼라 출혈열과 마버그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여러 실험에서 단일 RNA 바이러스의 항바이러스 효과와 코로나19를 포함한 코로나바이러스 계열 질환에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신약재창출 되었습니다.
당뇨병 치료제에서 비만치료제로 적응증 확대
최근 뉴스에서 보도되어 화제가 된 비만치료제도 있습니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이었으나 비만치료제로써 효능이 확인된 것입니다. 간단히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떤 이유로 당뇨병치료제가 비만치료제로 신약재창출되었는지 우선 해당 당뇨병치료제 기전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비정상적인 기능으로 혈당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대사질환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당뇨병 치료제는 인슐린 분비를 간집적적으로 촉진하여 혈당을 유지하게 하는 개념의 혈당강하제 약물을 개발합니다. 이 중에 대표적으로 GLP-1(glucagon-like peptide 1) 유사체 계열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와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 당뇨병 치료제가 있습니다. 우리 몸에 있는 내인성 GLP-1은 음식물 섭취로 장이 자극받았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여 혈당을 낮추는 기능을 합니다. 우리 몸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혈당강하제인 셈입니다. 그러나 내인성 GLP-1는 반감기가 짧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GLP-1 유사체가 개발되었습니다. GLP-1 유사체는 내인성 GLP-1과 97% 정도 유사성을 가지는데, 내인성 GLP-1과 동일한 기전으로 혈당을 조절하고 체내에서 오래 작용할 수 있어 혈당조절에 유리합니다.
그런데, GLP-1 유사체 계열의 '삭센다'와 같은 당뇨병치료제가 실제 당뇨병 환자에게 처방되었을 때 의외의 결과가 있었습니다. 꾸준히 당뇨병치료제를 맞았을 때 당뇨병 환자의 혈당이 조절될뿐만 아니라 체중 감소가 관찰된 것입니다. 이에 연구자들은 체중 감소에 대한 명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약물의 용량을 높여서 경과를 관찰했습니다. (당뇨 치료 1.8mg, 비만 치료 3.0mg) 그 결과 체중 감소와 식욕억제 효과가 용량에 비례해서 더 커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GLP-1 유사체 계열의 당뇨병치료제의 체중 감소 작용기전이 GLP-1 유사체가 소화기관(특히 위장)의 운동을 억제해 위 배출을 느리게 하고, 뇌의 식욕 중추에 GLP-1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포만감은 빨리 느끼게 하는 반면에 배고픔을 빨리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을 규명하였습니다(그림 1). 식욕 감소로 결국 체중이 감소하는 것입니다. '삭센다'의 후속 약물로 개발한 '위고비'도 마찬가지로 GLP-1 유사체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로 당뇨병 치료 효과는 물론 비만치료제 효과도 입증되어 FDA에 비만치료제로 승인받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임상 3상에서 효능을 확인한 '마운자로'는 평균 체중 20% 감소를 보이며 비만치료제로 적응증 확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마운자로'는 GLP-1 뿐만 아니라 GIP(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 수용체에 함께 작용하는 GIP/GLP-1 이중작용제로 개발되었습니다. GIP는 GPL-1과 마찬가지로 음식 섭취에 반응해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장, 심장, 뇌, 지방조직 등에 존재합니다. GIP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으나 2형 당뇨병에서 효과가 크지 않다보니 단독보다는 GLP-1의 효과를 보완할 목적으로 함께 사용되었습니다. '마운자로'의 경우 GLP-1과 GIP의 시너지 작용으로 GLP-1 수용체에 작용하는 것보다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그림 2). '마운자로'는 2022년 5월에 미국에서 성인 제2 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위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의 보조제로 승인되었습니다. 한편, '마운자로'는 '삭센다'와 '위고비'와 마찬가지로 비만치료제로 가능성이 확인되어 FDA에서 과체중 치료 패스트트랙 개발 의약품으로 지정되었고, 이르면 내년 중에 적응증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표 1. 당뇨병 치료제에서 비만치료제로 적응증 확대된 약물 비교
치료제명 | 성분명 | FDA 당뇨병치료제 승인 |
FDA 비만치료제 승인 |
기간 | 주사 | 평균 체중 감소 효과 |
S (삭센다) | 리라글루티드 (Liraglutide) |
O | O | 56주 | 매일 1회 | 8% |
W (위고비) | 세마글루타이드 (Semaglutide) |
O | O | 68주 | 1주일 1회 | 15% |
M (마운자로) | 티제파타이드 (Tirzepatide) |
O | 패스트트랙 진행중 | 72주 | 1주일 1회 | 20% |
해당 임상 참가자들의 평균체질량지수(BMI)는 32~34kg/m²로, 평균 체중 104.8kg(BMI 30 이상)의 비만 환자였습니다. 이러한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마운자로'의 최대 투약 용량인 15mg을 투약했을 때, 임상 참가자의 평균 체중이 약 20% 이상 감소했고, 최대 체중 감소는 24kg(22.3%)까지 확인되었습니다. 의료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비만치료제를 처방했을 때 유효한 체중 감량 효과를 5%, 식이요법 및 운동 병행 시 10%를 기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마운자로'가 20% 이상 체중감량 효과를 보인 것은 위소매절제술이나 위밴드 수술을 진행했을 때 체중감량 수치인 25%와 비슷합니다. 단지 1주일 1회 피하주사 투여로 외과 수술 결과와 비슷한 체중 감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운자로'가 기적의 체중 감소 약물로 보이지만 식욕을 억제시킬 뿐 체중 감소를 위한 운동이나 식이 조절 같은 노력 없이 보통의 식사를 하게 되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체중 감소 효과가 큰 만큼 투약을 중단했을 때 요요 현상이 클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레퍼런스
- 이태규, Drug Repositioning (신약재창출)이란?,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KSMCB) 웹진 (2010)
- 한국바이오협회, 글로벌 비만 치료제 개발 동향 (2022)
- Alan Talevi, Drug Repositioning, Comprehensive Pharmacology (2022)
- Ania M, Tirzepatide Once Weekly for the Treatment of Obesity,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22)
- Maria Chiara Pelle, Role of a Dual 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eptide (GIP)/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 (Twincretin) in Glycemic Control: From Pathophysiology to Treatment, Lif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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