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과건강

먹는 순서에 따라 달라지는 혈당수치

Whatever 2024. 2. 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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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부터 먹는가, 식사 순서가 중요해졌다

한국인의 밥심에 대한 신뢰와 믿음은 실로 어마무시합니다. 다양해진 먹거리로 쌀 소비가 줄었지만 쌀밥 없는 식사는 금방 헛헛해지게 만들어 쌀밥 없는 식사를 끼니로 취급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인의 쌀밥 사랑의 면모는 식사를 시작할 때 수저에 밥 한 술을 크게 떠서 입에 넣는 행위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와 체중 조절하는 사람에게 쌀밥은 일 년에 한 번씩만 만나야 하는 견우와 직녀 같은 관계가 됩니다. 특히, 2형 당뇨병 환자는 쌀밥 섭취에 주의해서 식후 정상 혈당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혈당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오르면 동맥경화, 심장병 그리고 나아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합병증이 유발될 위험성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당뇨병 환자와 체중 조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시되었던 식사 방법이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많이 먹어서 과식을 막는 것을 중점으로 두었다면 현재에는 탄수화물을 가장 나중에 먹는 것이 핵심이 되었습니다. 같은 구성의 식사를 하더라도 단순히 먹는 순서만 달리하면 식이섬유-단백질-탄수화물 순서로 먹으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혈당이 감소하고 체중 조절이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림 1. 먹는순서 다이어트법으로 식사하기 예시 (출처 헬스조선)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먼저 먹되, 탄수화물은 금지하지 말아라"                                       당뇨와 비만 관리의 새로운 전략

미국 뉴욕의 Weill Cornell 의대 연구팀은 비만인을 대상으로 식사순서가 식후 혈당과 인슐린 수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당뇨병 저널인 Diabetes Care에 연구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당뇨병 환자와 당뇨병 고위험군에게 쉽고 간단한 새로운 방식의 식단조절 전략이 될 수 있다는데 시사점(implication)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혈당 수치를 먼저 측정했습니다. 측정은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식사를 한 후 12시간이 지난 아침에 실시되었습니다. 연구 첫날, 참가자들은 식사 내 탄수화물 (시아바타 빵 및 오렌지 주스)을 먼저 섭취하도록 지시받았고, 15분 후 단백질, 채소 및 지방을 섭취하고 30, 60, 120분에 참가자들의 혈당 수치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음식 섭취 순서를 반대로 했습니다. 즉, 먼저 단백질, 채소 및 지방을 섭취하고 15분 후 탄수화물을 섭취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섭취하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섭취했을 때 연구팀은 식후 30, 60, 120분 각각 혈당 수치가 29%, 37%, 17% 더 낮은 수치를 보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즉, 탄수화물보다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섭취했을 때 혈당 조절이 더 효과적이었던 것입니다. 더불어 참가자들이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섭취했을 때 인슐린 수치도 유의하게 더 낮았음을 확인했습니다. 인슐린은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중요한 호르몬입니다. 따라서 인슐린 수치가 낮다는 것은 참가자들의 신체가 당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했음을 의미합니다.

연구 책임자인 루이스 아론 박사(위 Cornell 의대 대사 교수, 대사회 대사 연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먹지 말라고 일축하기보다 이것을 먼저 먹고, 그다음 이것을 먹어라'라고 지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아론 박사는 소규모 사례 연구라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형 당뇨병 환자들이 혈당을 하루 종일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인슐린 투여량을 줄이는 등 장기적인 건강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탄수화물은 혈당을 올리지만, 환자에게 탄수화물 섭취를 완전히 금지하거나 과도하게 제한하도록 요구하면 환자는 실제로 그것을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연구의 시사점으로 환자들이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더 쉽게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고 아론 박사는 결론지었습니다.



채소뿐만 아니라 단백질과 지방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도 같은 효과를 냅니다. 일본 간사이 전력의학연구소가 2016년 유럽당뇨병학회지(Diabetologia)에 게재한 연구 결과를 보면, 제2형 당뇨병 환자 12명과 건강한 사람 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소규모 실험에서 백미밥을 먼저 먹고 생선이나 고기를 먹은 경우보다 생선이나 고기를 먼저 먹고 백미밥을 마지막에 먹은 경우 혈당 변화 폭이 각각 30%, 40% 낮았고 포만감을 주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인크레틴(incretin)의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당뇨병 환자나 건강한 사람 모두에게서 관찰되었습니다. 

 

그림 2.  생선/고기를 먼저 먹고 밥을 먹은 그룹과 밥을 먼저 먹은 그룹의 혈당 비교 (출처 KBS1 생로병사의비밀)



또 다른 연구에서는 탄수화물을 마지막에 섭취되면 혈당 조절을 개선하고 glucagonlike peptide-1의 분비를 증가시키며 인슐린 요구량을 감소시킵니다. 쉽고 간단하기 때문에 영양소 먹는 순서를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당뇨병 환자의 고혈당 치료에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실행 가능한 전략일 수 있습니다. 

2016년 Weill Cornell 의대 연구팀의 연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다양하게 식사 순서에 따른 혈당과 호르몬 변화에 대한 고무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기존에 제기되었던 식단관리 방법과 비교하는 연구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밥에 채소와 고기를 함께 먹으면 밥만 먹었을 때 보다 식후 혈당이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채소와 고기를 먼저 먹고 밥을 먹었을 때/밥을 먼저 먹고 채소와 고기를 나중에 먹었을 때의 식후 혈당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해 보면 조금 더 재미있는 연구가 될 것 같습니다. 

 

출처 unsplash

 

 

무엇을 먹는가, 무엇부터 먹는가, 어떻게 먹는가

먹는 순서를 식이섬유-단백질-탄수화물로 바꾸는 것은 당뇨나 비만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쉽게 실행할 수 있는 식단관리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관련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라면 식단관리를 시작하기에 앞서 올바른 식습관을 기르기 위한 워밍업 정도로 생각해야 하며 결국에는 불규칙한 식사와 과식을 하지 않고 당이 많은 음식 섭취를 줄이며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길러 혈당을 낮추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레퍼런스

- Alpana P. Shukla et al., Food order has a significant impact on postrandial glucose and insulin levels, Diabets Care (2015)
- Hitoshi Kuwata et al., Meal sequence and glucose excursion, gastric emptying and incretin secretion in type 2 diabetes: a randomised, controlled crossover, exploratory trial, Diabetologia(2016)
- Jae Hyun Bae and Young Min Cho, Effect of nutrient preload and food order on glucose, insulin, and gut hormones, J. Korean Diabetes(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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